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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1899년 시작된 ‘딱지 기차표’ 14년 전까지도 있었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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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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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의 등장을 전후해 기존의 전산승차권이 자성띠가 있는 ‘자성 승차권’으로 바뀌고, 100년 넘게 쓰이던 ‘딱지’ 승차권이 사라졌다. [중앙포토]

KTX의 등장을 전후해 기존의 전산승차권이 자성띠가 있는 ‘자성 승차권’으로 바뀌고, 100년 넘게 쓰이던 ‘딱지’ 승차권이 사라졌다. [중앙포토]

1899년 9월 18일, 제물포에서 노량진까지 33.2㎞ 구간에 철도가 개통됐습니다. 비록 한강을 건너 서울 도심까지 들어오진 못했지만, 공식적으로 이날을 국내 철도 역사의 시작으로 인정하는데요.

한국 철도 119년 열차표 변천사 #경인선부터 구멍 뚫는 방식 검표 #한자와 섞어쓰다 70년대 한글전용 #1981년 전산승차권 생겨 ‘딱지’ 퇴조 #요즘엔 휴대폰·앱으로 예약 발권

당시에 사용되던 승차권 원본은 워낙 희귀해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고 합니다. 시중에는 복제품이 더 많다고 하네요.

이로부터 118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열차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증기기관차가 디젤차로, 또 전동차에서 지금은 고속전철(KTX)로 발전했는데요. 기차표도 못지않게 많은 변신이 있었습니다. 그 변신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경인선이 개통된 이후 해방 전까지 사용된 승차권은 한자 또는 일본어로 표시된 에드몬슨식 승차권, 일명 '딱지 기차표'였습니다. 에드몬슨식 승차권은 일정한 크기의 두꺼운 종이에 승차권 내용을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조되는데요. 영국인 토마스 에드몬슨(Thomas Edmondson)이 발명했기 때문에 ‘에드몬슨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승차권은 과거 수기로 기차표를 발행하던 방식을 대체하기 위해서 도입됐는데요. 승차권에 필요한 표시사항(도착역, 요금 등)을 미리 넣어 인쇄한 뒤 현장에서 발매하는 방식의 승차권입니다. 승객이 매표소에서 목적지를 말하면 직원은 해당 승차권을 꺼내 일자를 찍거나 손으로 적어서 판매했습니다. 1905년 1월 1일 개통된 경부선에도 역시 이 승차권이 쓰였는데요. 경부선은 서울 남대문~부산 초량 사이 445.6㎞ 길이였습니다. 해방 전에 사용된 기차표는 요즘도 애호가들 사이에서 1매당 10만~30만 원 선에 거래된다고 하네요.

추석 기차표를 사기 위해 예매 전날 서울역에서 많은 사람이 노숙하는 70년대 풍경. [중앙포토]

추석 기차표를 사기 위해 예매 전날 서울역에서 많은 사람이 노숙하는 70년대 풍경. [중앙포토]

해방 이후의 승차권은 표기내용이 일본어나 한자 전용에서 한글이 섞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1960년대까지는 목적지 등은 한자로 쓰고 중간에 한글을 섞어 썼는데요. 7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승차권의 표기 내용이 모두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로 바뀐 겁니다. 또 그 이전까지 운행노선과 등급에 따라 새마을호, 통일호, 풍년호, 증산호, 협동호, 부흥호, 약진호, 계명호, 동백호, 화랑호, 상무호 등 많은 이름이 있었지만 77년부터 새마을호, 우등, 특급, 보급, 보통 등 5개로 열차 이름이 통합됐습니다. 74년 8월 서울역~청량리역 사이 지하철 1호선 개통되면서 새로 전철승차권도 발행되기 시작했고요.

이 시기 또 다른 특징은 해방 직후와 6.25 직후의 승차권이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높다는 점인데요. 사회적 혼란기에 발행한 승차권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으로 코레일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기차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전산승차권의 도입이었습니다. 81년 10월 1일 새마을호에 대해 최초로 전산승차권 발매가 시작되면서 ‘지정공통승차권(지공승)’이 사용됐는데요. 어떤 열차, 어떤 구간, 어떤 종류의 승차권에도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게 만든 승차권이라는 의미입니다.

승차권 발매가 전산화되기 전에는 매표창구 직원은 승객이 요구하는 기차표를 에드몬슨식 승차권 함에서 빼낸 후 열차번호와 좌석 번호 등 각종 사항을 손으로 적어 넣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운임계산이 잘못되거나 좌석이 겹치는 일도 생기곤 했는데요. 전산발매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합니다. 전산승차권은 경부선, 호남선 등 주요 노선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됐지만, 지방의 지선이나 규모가 작은 역에서는 여전히 딱지승차권이 사용돼 이른바‘ 딱지와 전산의 공존’이 이뤄졌습니다.

기차표의 주요 변신

기차표의 주요 변신

2004년 4월 KTX의 등장을 전후해 기존의 전산승차권이 마그네틱 스트라이프(자성띠 MS방식)로 바뀌었는데요. 승차권 뒤에 각종 정보가 입력된 자성띠가 있어서 ‘자성 승차권’이라고 불렸습니다. 앞서 전철 승차권에서 먼저 사용된 MS방식은 발매역, 출발역, 도착역, 열차번호 등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승차권과는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이 같은 전산승차권이 등장하면서 100년 넘게 생명력을 자랑하던 ‘딱지’ 승차권이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2005년 6월부터 집에 있는 컴퓨터와 프린터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인쇄하는 ‘홈티켓팅 승차권’이 도입됐습니다. 2006년 9월에는 종이 승차권이 필요 없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티켓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예매 앱이 등장했는데요. 스마트폰으로 열차 좌석까지도 지정해 예매하고, 승차권까지 저장해 사용합니다. 그야말로 종이 없는 승차권 시대인데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철도역과 차내에서 하던 개·검표 가위를 이용한 검표도 2000년대 중후반 사라졌습니다. 승무원이 휴대용 무선이동단말기(PDA)로 각 좌석 탑승자의 운행 구간 등 열차 좌석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미래에는 기차표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함께 상상해보시죠.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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