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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 장수' 김장수 전 안보실장, 검찰에 '피의자' 소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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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김관진 나란히 검찰 포토라인에

26일 검찰에 출석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26일 검찰에 출석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한때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장수(70) 전 국가안보실장이 26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보고시간을 조작한 혐의 등과 관련해서다. 김 전 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세월호 일지 조작 혐의 #"朴 전 대통령 관여했냐" 질문에 #"대통령이 그런걸 어떻게 하나" 반문 #김관진 전 장관 26일 출석예정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들어서기에 앞서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보고시간을 조작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검찰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짤막히 답했다. 다만 “보고시간 조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냐”는 물음에는 “그런 지시를 (대통령이) 어떻게 하나”고 반문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 보고서를 조작하고 대통령 훈령 318호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무단으로 변경하는 데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을 비롯해 후임자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문서 훼손, 직권남용 등의 혐의다.

특히 검찰은 김 전 실장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2013~2017년) 청와대 인사들이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을 기록한 ‘청와대 상황보고서’에 박 전 대통령에게 최초 서면보고한 시간을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수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김 전 실장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역할을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한 전략커뮤니케이션의 콘트롤타워’로 규정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조항 역시 세월호 사건 이후 임의 수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종의 증거 인멸 행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을 방문한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꼿꼿한 자세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을 방문한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꼿꼿한 자세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김장수 전 실장은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던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남ㆍ북 정상회담’을 수행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꼿꼿 장수’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기 한나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선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김 전 실장에 이어 내일(27일)은 김관진(68) 전 국가안보실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지 석 달 만이다. 김 전 실장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 은폐 혐의,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일지 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로 다른 혐의이긴 하지만 소환하게 되면 두 수사팀이 함께 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김장수(왼쪽)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2014년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장수(왼쪽)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이 2014년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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