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영철, 문 대통령 만나 “북·미 대화 용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을 1시간가량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지적하자 북측은 이같이 답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평창서 1시간 비공개 회동 … 청와대 “김영철, 청와대 방문 없다” #김, 야당 농성 피해 우회로 방한 … 한국당 “전범에 샛문 열어줘” #폐회식 때 남측 선수단 태극기, 북측은 인공기·한반도기 들어

문 대통령이 접견에서 “남북 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자 북한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 대표단이 이날 공개적으로 북·미 대화 의지를 밝히긴 했으나 당장 북·미가 접촉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영철 일행과 또 만나거나 북한 대표단이 청와대를 찾을 계획은 없다”며 “북측과 미국 대표단과의 접촉도 현재까지 예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고 공동 입장을 해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줬다”며 “남북의 이런 노력으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도 거론했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북·미 대화를 언급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접견에는 김영철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방한한 북한 대표단 8명이 모두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과 김영철 접견 일정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고, 접견 이후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폐회식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김영철 등이 한자리에서 관람했다.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함께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방카 보좌관과 나란히 앉았고, 김영철은 뒷줄에 앉았다.

개회식에서 공동 입장했던 남북한은 폐회식에선 각자 기수를 내세워 입장했다. 남북 선수들도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함께 들었던 것과 달리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각각 들고 나왔다. 단복도 따로 입었다.

앞서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파주 동쪽의 도로와 전진교를 통과해 내려왔다. 그간 북한 대표단은 통일대교·자유로를 이용해 이동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통일대교 일대에서 방한 저지 농성에 나서자 정부는 이 길을 피해 북한 대표단을 우회시켰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살인마 전범 김영철에게 샛문을 열어 줬다”며 “이는 국정 농단이자 반역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 대표단은 27일까지 2박3일간 머물면서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날 전망이다.

채병건·정용수 기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