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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장하다! 우리 딸들!"…잔치 열린 여자컬링팀 고향 의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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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데이! 우리 딸래미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펼쳐진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엔 그야말로 잔치판이 벌어졌다. 여자 컬링 세계 5위의 강호 스웨덴과 맞붙어 아쉬운 패배를 했지만, 의성군민들에게 한국 대표팀 '팀 킴(Team Kim)'은 영웅의 다른 이름이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서 주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서 주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이날 의성체육관엔 아침 일찍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여자 컬링 대표팀 중 김초희(23)를 제외한 김은정(29), 김경애(25), 김영미(28), 김선영(26) 선수가 모두 의성 출신이라 지역의 경사가 되면서다. 경기가 시작된 오전 9시5분 체육관을 메운 주민은 무려 1000여 명. 김주수 의성군수와 체육회 관계자,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도 총출동했다. 인구 5만3000여 명의 의성군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경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스웨덴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지만, 체육관을 가득 메운 주민들의 응원 열기는 경기 내내 뜨거웠다. 풍선과 깃발, 꽹과리, 북, 징 등 갖가지 도구를 동원한 응원이 흥을 돋웠다. 체육관 무대에 마련된 300인치 TV에 한국 대표팀이 선전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우레와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경기 중반이 지난 5엔드가 끝난 휴식시간엔 주민들이 모두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 1000여 명의 주민들이 몰려들어 응원에 나섰다. 의성=김정석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 1000여 명의 주민들이 몰려들어 응원에 나섰다. 의성=김정석기자

수많은 패러디가 양산되고 있는 '영미야!' '가야 돼!' 등 김은정 스킵(주장)의 유행어도 응원 구호가 됐다. 80대 노인들은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관중석에 앉아 저마다 '승리의 주문 영미야!' '영미야 가즈아!'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체육관 안팎에는 '의성마늘 컬링 소녀들 매운맛을 보여주세요'  '꿈은☆이루어진다!'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 바깥에도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의성농협, 의성로타리클럽, 의성군청축구단 등 지역 기관·단체들이 행사용 천막을 설치했다. 의성마늘햄은 아침 일찍 체육관을 찾은 주민들을 위해 어묵탕을 나눴다. 한 스포츠 의류업체는 선착순 300명에게 티셔츠를 나눠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을 하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을 하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세 자녀와 함께 체육관을 찾은 장진호(43)씨는 "고향 후배들이 올림픽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고 하니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주민들하고 한 데 모여 함께 응원하고 싶어 나왔다"며 "아이들이 고향 선배들을 본받아서 '우리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도록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김영미·김경애 선수를 어릴 때부터 봐 왔다는 나수부(75)씨는 "자매지간인 김영미·김경애 선수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경기에서 메달을 따오면 할머니 목에 꼭 걸어드리곤 했던 효녀들"이라며 "착하고 성실한 고향 소녀들이 올림픽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둬 같은 의성군민으로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연합뉴스]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이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연합뉴스]

오전 11시14분 경기가 모두 끝났다. 결과는 3대 8로 스웨덴의 승리.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쥔 대표팀에게 찬사가 이어졌다.

김은정 스킵의 어머니인 김영미씨와 친분이 있다는 김도희(53·여)씨는 "지금까지 연이어 승리하다 마지막에 패해 아쉽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만 열심히 하면 못 해낼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체육관에선 한동안 잔치판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주민들은 모두 함께 일어나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괜찮아"를 연호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서 응원에 나선 주민들이 북과 꽹과리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과 스웨덴의 여자 컬링 결승전이 열린 25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의성체육관에서 응원에 나선 주민들이 북과 꽹과리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대표팀이 한국 컬링에 새 역사를 쓰면서 의성군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주수 군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의성군이 '컬링의 메카'로 거듭나게 됐다"며 "앞으로 컬링뿐만 아니라 의성군을 대표할 수 있는 종목 양성에 힘써 의성군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의성=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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