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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배후도 김영철 … “ 방한 반대” 국민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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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며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3년 3월 김정은 위원장과 당시 김영철 정찰총국장(원 안)이 연평도 포격 부대를 시찰 가는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며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3년 3월 김정은 위원장과 당시 김영철 정찰총국장(원 안)이 연평도 포격 부대를 시찰 가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 해군 장병 46명이 숨졌던 천안함 폭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밤 벌어졌다. 그 한 달 후인 4월 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86군 부대를 찾았다. 노동신문 보도다. 당시 김정일을 안내한 군 인사는 김영철 상장(별 셋)이었다. 586군 부대는 정찰총국이다.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이었다. 정찰총국은 대남·해외 공격, 테러, 공작과 한국 내 첩보를 수집하는 북한 내 선봉조직이다.

“천안함 주역 누군지 발표 없었다” #청와대 설명에 되레 여론 역풍 #“펜스 천안함 찾자 미국에 어깃장” #한·미 이간질, 남남 갈등 노린 듯

군 당국은 천안함 폭침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담당하는 북한군 4군단과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정보 당국은 김영철의 정찰총국이 천안함 폭침만 아니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2013년 3·20 사이버 테러 등 각종 도발을 주도했던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철은 앞선 2008년엔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했다. 그해 11월 8일 군복 차림으로 공단에 나타난 김영철(당시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은 “명함을 돌리러 온 게 아니다”며 “개성공단을 철수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고 공단 관계자들을 다그쳤다. 김영철 입에선 ‘불바다 위협’도 나온 적이 있다. 2013년 3월엔 조선중앙TV에 등장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미제에 대해 우리 식의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칠 것”이라며 “불바다로 타 번지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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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영철이 25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찾는다.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으로, 또 남북 군사회담 대표를 지냈던 김영철은 북한 내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다. 2015년 12월 상대적으로 온건파였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사망한 뒤 통전부장이 됐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받았던 김영철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축하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내려오는 데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이 북한에서 통전부장을 맡아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며 “북한과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를 풀어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김영철의 참석을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천안함 사건이 있었을 때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당시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누가 주역이었다는 부분들은 없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설명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조짐이다. 김영철 방한이 발표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철천지원수놈 김영철의 방남을 결사반대합니다” 등 방한 거부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북한의 의도가 남남 갈등 조장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정찰총국은 대남 정보 수집과 공작을 총괄하는 곳”이라며 “정찰총국 수장을 지낸 사람이 한국에 온다면 책임을 물어야지 손님 대접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단 한 뼘도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영철의 올림픽 폐막식 참석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개막식 참석차 방한했다가 천안함 현장을 찾았던 것과 맞물린다. 남북 당국회담에 나섰던 전직 당국자는 “지난 9일 펜스 부통령이 천안함 현장을 찾아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이어 10일 예정됐던 북·미 접촉을 북한이 취소했다”며 “김영철을 보낸 것은 미국을 향한 일종의 어깃장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김영철 카드는 한·미 관계를 벌리려는 시도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보수진영은 우려한다. 폐막식 참석차 23일 입국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는 북한 대표단과 만날 계획이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 일행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영철의 방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는 노림수가 깔렸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내 대남 회담 주무부처가 통전부다. 과거의 ‘통(통일부)-통(통전부) 라인’처럼 남북 관계가 진전될수록 통전부는 통일부가 공식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조직이 된다. 그런데 김영철은 한국·미국 등의 제재 대상인 동시에 북한에선 통전부장이다. 따라서 제재 대상이 협상 파트너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김영철 카드는 한국 전세기의 북한 운항이나 최휘 당 부위원장의 방한 등 올림픽을 계기로 양해받았던 일시적인 대북제재 유예를 이어 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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