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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800년 묵은 료칸서 몸 녹이고 사케 박물관 들러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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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니가타현 유자와는 소설 『설국』이 탄생한 고장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료칸 ‘다카한’에 머물며 작품을 썼다. 다카한은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으로, 작가가 묵었던 객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니가타현 유자와는 소설 『설국』이 탄생한 고장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료칸 ‘다카한’에 머물며 작품을 썼다. 다카한은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으로, 작가가 묵었던 객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니가타는 ‘눈맛’만 좋은 게 아니다. 물맛(온천), 밥맛(쌀)도 기막히다. 쌀이 좋으니 술맛(사케)도 빼어나고, 해안선이 330㎞에 달해 바다에서 온갖 먹거리가 푸지게 올라온다. 스키 마니아가 어니어도 니가타 여행이 즐거운 건 그래서다.

온천·미식 천국 니가타 #최고급 초밥 ‘기와미’ 맛보고 #『설국』 작가 묵던 방 구경하고

니가타는 일본 최대의 곡창지대다. 367㎞에 달하는 일본에서 가장 긴 강 ‘시나노가와(信濃川)’ 유역에 에치고(越後) 평야가 펼쳐져 있다. 겨울에 내린 눈이 강으로 흘러들어 물이 풍부하다. 바로 여기서 난 쌀이 고시히카리(こしひかり)다. 밥을 한 숟갈만 먹어봐도 특유의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맛난 쌀로 빚은 술은 일본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 사케 주조장도 일본의 현 중에서 가장 많다. 무려 96개다. 유서 깊은 양조장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남다르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니가타시 이마요츠카사(今代司) 주조장, 겨울에 내린 눈을 저장한 설실(雪室)에서 5년간 사케를 숙성하는 미나미우오누마(南魚沼)시 핫카이(八海) 주조장 등이 대표적이다.

사케 박물관 ‘폰슈칸’에 있는 사케 자판기. 500엔(약 5000원)을 내면 사케 5종을 시음할 수 있다.

사케 박물관 ‘폰슈칸’에 있는 사케 자판기. 500엔(약 5000원)을 내면 사케 5종을 시음할 수 있다.

니가타역 인근 사케 박물관 ‘폰슈칸’에도 들러보자. 500엔(약 5000원)을 내면 90여종 사케 중 5종을 시음할 수 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술을 받아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니가타 토속주 뿐 아니라 쌀·과자·된장 등 특산품도 판다.

다음달 10~11일 니가타시에서 사케 축제 ‘사케노진(酒の陣)’이 열린다. ‘일본판 옥토버페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니가타현 90여 개 양조장의 최고급 사케 500종이 총출동한다. 시음 티켓(당일권 2500엔)만 있으면 원없이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축제 기간에 17만 명이 방문했다. 홈페이지(sakenojin.jp) 참조.

니가타는 쌀과 술뿐 아니라 해산물도 맛있다. 남방새우 회는 꼭 먹어 봐야 한다. 와사비 간장을 찍지 말고 먹어보시라. 단맛이 강렬하다.

니가타는 쌀과 술뿐 아니라 해산물도 맛있다. 남방새우 회는 꼭 먹어 봐야 한다. 와사비 간장을 찍지 말고 먹어보시라. 단맛이 강렬하다.

사케 맛을 돋우는 해산물도 빼놓을 수 없다. 대게·방어·한치 등 한국에서 많이 먹는 해산물이 흔하고 단맛이 강한 남방새우도 유명하다. 초밥집에 간다면 ‘기와미(極み)’를 주문해보자. 성게·다랑어·연어 알 등 니가타가 자랑하는 최고급 해산물을 고시히카리 밥에 얹은 초밥 10개를 내준다. 가격은 3000엔 선.

배가 든든해졌으면 온천을 즐길 차례다. 니가타는 일본에서 세 번째로 온천이 많은 현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건 유자와에 있는 ‘다카한(高半)’ 료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무르며 『설국』을 쓴 바로 그 장소다. 무려 8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현대식 건물로 리모델링했지만 작가가 묵었던 객실은 그대로 있다. 객실 옆에서는 흑백영화 ‘설국’을 하루 두 차례 상영한다. 묘코산 중턱에 있어서 풍광이 근사한 아카쿠라 온천, 일본 3대 약탕으로 꼽히는 마츠노야마(新潟) 온천, 미백 효과가 탁월한 츠키오카(月岡) 온천도 유명하다.

니가타 앞바다에는 일본 본섬을 제외한 최대 섬 ‘사도(佐渡)’가 있다. 니기타항에서 배를 타면 1시간 만에 닿는다. 8세기 이후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귀족의 유배지였고, 한때 금·은·동이 모두 나는 세계적인 금광이었다. 에도시대 무사들이 전해준 문화도 공존한다. 섬에 들어가면 17~18세기의 채굴장을 구경하고, 섬 남쪽 오기(小木)항에서는 전통 어선 ‘다라이부네(たらい舟)’를 타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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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 기자, 자료협조=일본정부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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