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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고리키의 가난한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가난한 사람들
막심 고리키 지음, 오관기 옮김, 민음사, 360쪽, 1만6000원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러시아 문호 막심 고리키의 소설이다. 『가난한 사람들』에는 고리키와 동시대를 살아가던 러시아의 민초가 등장한다. 그들의 사고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키가 큰 이발사 발랴신은 “나는 해가 지는 걸 바라보며 생각한다. 만약 내일 해가 뜨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걸로 끝장이다. 우리는 영원한 어둠에 덮이게 된다”며 인간의 두려움에 대해 떠든다. 모자 제조공인 애꾸눈 사내는 수탉 한 마리 때문에 넉 달간 법정에서 소송을 벌이는 인물이다. 그는 “내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자물쇠 제조공 푸쉬카레프는 무신론자다. 그는 “신이란 지어낸 것이다. 우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푸른 대기뿐이다. 우리의 온갖 생각들은 이 푸른 대기로부터 온다”고 말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러시아 사람들은 하나같이 초라하고 볼 품 없다. 고리키의 말처럼 ‘말과 생각이 뒤죽박죽’이다. 그럼에도 고리끼는 그들의 내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강줄기’를 잡아내고서 ‘인간’을 그려낸다. 고리키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구현하는 작가이기 전에 먼저 인문주의 작가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고리키는 그들이 오히려 “놀랍도록 슬기롭고 독창적”이라며 감탄한다. “바보들조차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리석고, 게으름뱅이조차 무언가 쓸만한 자기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따듯한 눈길을 보낸다.
뚝 뚝 동떨어져 있는 듯한 인물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쳐가다 보면 어느새 고리키 당대의 러시아가 보인다. 나무를 하나씩 둘씩 만나다 보면 어느덧 숲이 보이는 식이다. 스스로 ‘회의에 찬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말하는 고리키는 자신이 직접 만난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레닌, 스탈린 등에 대해서도 썼다. 그는 레닌을 ‘꾸며낸, 그러나 명확하게 다듬어낸 흔들림 없는 정치적 견해를 갖춘’ 인물로 묘사했다. 어찌 보면 그들 역시 러시아란 거대한 숲을 구성하는 한 그루 나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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