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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안랩’ 주가,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테마주 다시 들썩

중앙일보

입력

지방선거 열기가 국회보다 먼저 다가온 곳이 있다. 정치 테마주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주식판이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관련된 ‘테마주’들이다.

바른미래당 출범대회가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렸다. 안철수 통합추진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출범대회가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렸다. 안철수 통합추진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안랩은 21일 전날보다 2.78%(2200원) 하락한 7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20일에는 전날보다 주가가 25.56%(1만6100원) 올랐다. 안 전 대표는 안랩의 지분 18.6%를 보유한 대주주다. 임원이 안랩 출신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써니전자도 21일 전날보다 8.39%(360원) 오른 4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써니전자는 안랩이 급등한 20일에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르기도 했다.

2월14일부터 2월21일까지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구글트렌드에서 안철수, 안랩, 박원순을 키워드로 했을 때 나타난 검색지수의 변화 그래프. 안랩 주가가 급등한 20일 안철수 전 대표의 검색지수가 100으로 가장 높았다. 안랩도 20일 검색지수가 99로 높게 나타났다. [구글트렌드 캡처]

2월14일부터 2월21일까지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구글트렌드에서 안철수, 안랩, 박원순을 키워드로 했을 때 나타난 검색지수의 변화 그래프. 안랩 주가가 급등한 20일 안철수 전 대표의 검색지수가 100으로 가장 높았다. 안랩도 20일 검색지수가 99로 높게 나타났다. [구글트렌드 캡처]

①주가와 지지율은 함께 갈까=테마주 가격 상승은 정치인들을 웃게 할까.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식시장은 정보가 먼저 전달되는 곳으로 이해되는 만큼 주식시장이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지지율에 비해 선행하는 경향성은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언급 빈도를 나타내는 ‘구글트렌드’만 보면 안 전 대표는 안랩 주가 효과를 보고 있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한 단어의 언급량을 지수화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다. 특정기간 중 검색횟수가 가장 많았던 때를 최고값(100)으로 정하고, 나머지 기간의 검색량은 상대적 수치로 환산한다. 호기심과 관심도를 반영할 뿐 지지율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처져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 트렌드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앞섰다.

바른미래당 창당(13일) 후부터 21일까지 안 전 대표의 구글트렌드 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점은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던 20일이었다. 안랩의 구글트렌드 지수도 안 전 대표와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비교해도 안랩 효과가 뚜렷하다. 20일 안 전 대표의 지수가 100일 때 박 시장의 지수는 29에 불과했다. 온라인에서는 안 전 대표에 비해 박 시장이 언급된 빈도가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지난 일주일 간 평균치는 안 전 대표(24), 박원순 시장(13) 등으로 안 전 대표가 앞서는 수준이었다.

지난 대선 때도 안 전 대표는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 지지글이 쇄도하는 등 안랩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안 전 대표도 지난해 5월 대선이 끝난 후 “주식갤러리, 안철수 갤러리를 통해서 (사람들이) 또 굉장히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을 정말로 잘 조직하면 제2의 노사모 수준의 그런 굉장히 튼튼한 지지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언급이 나온 후 주가가 오른 것 아니겠느냐”며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당선 가능성에 대한 예측 속에 투자를 하는 것인 만큼 안 전 대표 관심도도 자연스레 올라간다”고 말했다.

②자산증식의 명암=안 전 대표는 안랩 주식 186만주를 갖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1417억원어치다. 주가가 급등했던 20일 하루에만 재산이 299억원이 불었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게 마냥 좋지는 않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A후보 지지율과 테마주 가격 추이. 주가와 지지율이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지난 대선 기간 동안 A후보 지지율과 테마주 가격 추이. 주가와 지지율이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안랩 등 정치 테마주는 정치인들의 행보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한다. 테마주가 급락할 때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손해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 지난 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 15만9900원까지 올랐던 안랩의 주가는 안 전 대표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그 해 11월 27일에는 3만5250원으로 추락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안 전 대표를 향해 “안철수 후보의 정치놀음에 개미들만 피멍이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정치 테마주에 대해선 대주주의 주식 매각에 제한을 가하는 내용을 담은 ‘안철수 정치 테마주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9대 대선 때도 안랩 주식은 안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따라 3월 말 14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대선 후 급락해 4만3200원까지 추락했다.

지난 대선 때도 안 전 대표는 안랩의 주식을 놓고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측은 “안 후보 재산의 시초가 된 안랩(당시 안철수 연구소)의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부를 쌓았다”며 “그 이후의 재산증식도 대통령 출마 놀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자신의 노력으로 건전하게 이루어낸 재산이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관훈토론에서 “최근 지지율이 올라가면 안랩 주가도 많이 올라갔는데 통 크게 정리할 의사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후 “당선되면 당연히 백지신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안랩 외에도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주요 주자들의 테마주들도 오르고 있다. 이 시장의 테마주로는 에이텍과 에이텍티앤 등이 꼽힌다. 이들 주식도 안랩이 급등했던 20일 전날에 비해 각각 12.5%, 10.61% 오른 채 장을 마쳤다.

그러나 정치 테마주로 개인투자자가 이득을 얻기란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2016년 9~11월까지 정치 테마주 16개를 분석한 결과 해당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73%가 손실을 봤다. 개인투자자 10명 중 7명은 정치 테마주에 투자했다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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