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오피스텔로 여제자 불러” … 스승 얼굴 뒤 추한 권력

중앙일보

입력 2018.02.22 01:22

업데이트 2018.02.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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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배우 조민기씨(왼쪽)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글이 SNS에 올라왔다. 서울예대 총학생회는 오태석씨의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중앙포토, SNS 캡처]

배우 조민기씨(왼쪽)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글이 SNS에 올라왔다. 서울예대 총학생회는 오태석씨의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중앙포토, SNS 캡처]

공연계 성추행 논란이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 불이익이 두려워 함구하던 피해자들이 잇따라 성범죄를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공연계만큼 폐쇄적인 대학 관련 학과의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대 졸업생들 조민기 의혹 폭로
조씨 혐의 부인 “경찰 조사 받겠다”
서울예대 총학 “오태석 퇴출” 성명
“선배가 성추행 대물림” 성토 글도

청주대는 공연영상학부 부교수인 배우 조민기(53)씨를 오는 28일 면직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교수로 일해 온 조씨는 지난해 11월 말 여학생들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투서가 접수돼 조사를 받아 왔다. 학교 측은 관련 학과 학생들을 전수조사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조씨는 징계 결정이 나기 전 “그런 사실이 없다. 억울하다”며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성추행 사실은 2차 피해가 우려돼 공개할 수 없다”며 “학교 양성평등위원회가 학생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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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실명 증언이 잇따르자 21일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청주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신인 배우 송하늘씨는 페이스북에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 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조 교수가 여학생들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자주 불러 술을 마시고 자고 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억지로 침대 위에 눕게 하거나 노래방에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도 했다.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김유리씨는 청주대 홈페이지에 “조 교수는 오피스텔에서 제 옷 속에 손을 넣은 채로 잠들었다”고 폭로했다.

유명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78)씨가 초빙교수로 재직해 온 서울예대도 들끓고 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 교수에 대한 교수직 해임과 학교에서의 퇴출,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적 사과를 요청한다”며 “학내에서 이런 추악한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더는 용인하지 않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학 1회 졸업생인 오 교수는 최근 제자와 배우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대학 학생들의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서울예대 대나무숲’엔 선배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 잇따르고 있다. “강간 몰카(신입생 환영식 등에서 선배들이 강간하는 상황을 가짜로 연출하면서 마요네즈나 계란을 정액으로 속여 후배들에게 먹이는 등의 행동)는 어느 과에도 있었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한 재학생은 “신입생 오티에서 남자 선배가 여자 선배를 방으로 끌고 가더니 잠시 후 나와 ‘이게 내 정액인데 핥아 보라’며 얼굴에 들이밀었다”고 썼다. 또 다른 재학생은 “선배가 공원 언덕에 숨었다가 갑자기 나와 웃옷 단추를 뜯고 멱살을 잡은 뒤 미친 듯이 바닥으로 내리찍었다”며 “계단에서 후배들과 동기들이 내려다보고 있었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서울예대 측은 "무기명으로 올라온 글이라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김태형씨는 “권위자의 말 한마디나 영향력이 절대적인 공연계에서 사소한 성희롱과 성추행은 괜찮다는 관습이 있어 온 게 사실”이라며 “폐쇄적인 문화 속에서 당사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단체나 학교가 예방과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안산=최종권·최모란·홍지유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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