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윤택 왕국이었던 밀양연극촌 … 이씨 집엔 옷가지 널린 빨래대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2018.02.22 01:09

업데이트 2018.02.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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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윤택씨 성폭행 의혹이 나온 밀양연극촌 '황토방' 모습. 위성욱 기자

이윤택씨 성폭행 의혹이 나온 밀양연극촌 '황토방' 모습. 위성욱 기자

21일 오후 1시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 4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에 연극촌 버스 한 대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밀양시 민병술 공보계장은 “이곳 대표인 연출가 이윤택씨의 추문이 불거진 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집 한편에 성범죄 장소 ‘황토방’
사건 뒤 부인 급히 떠난 흔적

연극촌 정문으로 들어서자 성벽극장이라고 쓰인 거대한 벽이 보였다. 뒤에는 야외무대와 객석이 있었다. 2010년 지어진 연극촌의 주공연장이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밀양연극촌은 원래 폐교된 월산초등학교가 있던 곳이다. 이윤택 대표와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은 1999년 밀양연극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곳에서 숙식을 함께했다. 이후 연극 공연과 학생 체험캠프 등을 운영하며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10년 성벽극장으로 리모델링하면서 대부분 외부로 빠져나가 현재는 4~5명의 단원과 가족들만 살고 있다.

 텅 빈 밀양연극촌 주차장. 위성욱 기자

텅 빈 밀양연극촌 주차장. 위성욱 기자

이 대표에게 피해를 봤다고 폭로한 여성들은 사건 장소로 이곳을 주로 지목했다. 배우 김보리(가명)씨는 지난 17일 “19세이던 2001년과 20세이던 2002년 두 번의 성폭행을 당했다”며 “연희단거리패에 있을 때 황토방이라는 별채로 호출받아 수건으로 나체를 닦고 성기와 그 주변을 안마했다”고 주장했다. 배우 김지현씨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자 단원들이 밤마다 돌아가며 (황토방에서) 안마를 했었고 저도 함께였다”며 “2005년 전 임신을 했고 조용히 낙태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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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언급한 황토방은 성벽극장 무대 뒤 오른쪽에 있는 ‘월산재(月山齎)’라는 단독주택에 딸린 작은 방이다. 이 대표가 1999년부터 이 집에서 혼자 살다 2006년께 부인과 딸 등 가족들이 옮겨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장작불을 때는 황토방 형태였지만 지금은 조립식 외관으로 바뀌었다. 연극촌 관계자는 “지금은 돌아가신 이 대표의 장모가 살았고 이후 딸이 생활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윤택씨가 거주하던 밀양연극촌 내 주택의 모습. 이 건물 뒤쪽에 딸린 작은 방이 피해자들이 부르는 황토방이다. 위성욱 기자

이윤택씨가 거주하던 밀양연극촌 내 주택의 모습. 이 건물 뒤쪽에 딸린 작은 방이 피해자들이 부르는 황토방이다. 위성욱 기자

이 대표의 부인은 사건이 불거진 후 황급히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에는 옷가지를 널어놓은 빨래대가 그대로 있었고 주방 식탁 위에도 각종 부엌용품이 가득했다. 옛 황토방 안엔 침대와 책상·옷장이 놓여 있었다. 지자체는 부랴부랴 이씨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밀양시는 성 추문이 불거지자 지난 19일 사단법인 밀양연극촌(이사장 이윤택)과의 무료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했다. 김해시도 이 대표가 이용하던 도요창작스튜디오에 대해 지난 20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부산 동구청은 초량동 이바구길 ‘인물사 담장’에 설치된 이 대표의 기념 동판을 철거했다.

황토방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황토방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연희단거리패 관계자는 “이 대표를 둘러싼 (성 추문) 소문은 계속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우리에겐 이곳이 삶의 터전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밀양=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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