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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55 조지아의 경주, 므츠헤타

중앙일보

입력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소도시 ‘므츠헤타’ 이야기를 조지아 여행기의 마무리로 준비했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고도(古都) #곳곳에 동방 정교회 성당과 유적 즐비해

므츠헤타.

므츠헤타.

므츠헤타(Mtskheta)는 트빌리시에서 약 20km 북쪽에 있는 인구 약 2만 명의 작은 마을로 조지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에요. 기원전 3세기부터 약 800년 간 조지아 초기 왕조인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로, 초기 기독교 관련 유적이 많아 동방 정교회의 성지로 알려져 있어요. 역사적인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4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일본으로 치면 교토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이 므츠헤타는 두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지형에 자리잡고 있어 지형과 자연도 아름다워서, 역사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마을이에요.

므츠헤타의 아기자기한 길.

므츠헤타의 아기자기한 길.

트빌리시 디두베 터미널에서 미니버스로 30분 채 되지 않아 므츠헤타에 도착했어요. 요금은 1라리(약 430원) 내리자마자 저 앞으로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Svetitskhoveli Cathedral)이 보였어요. 이 성당은 대표적인 동방 정교회 성당으로 언덕 위의 즈바리 수도원(Jvari Monastry)과 함께 므츠헤타에서 꼭 봐야 할 유적지 두 군데 중 한 곳이에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11세기에 지어져 1000년이 넘은 건축물임에도 여전히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대성당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벽을 둘러싸고 인포메이션 센터 및 각종 식당과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어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의 외관.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의 외관.

대성당을 둘러싼 웅장한 벽들.

대성당을 둘러싼 웅장한 벽들.

대성당 내부로 들어갈 땐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해요. 남녀 모두 민소매나 짧은 반바지는 입장 불가, 여성의 경우 긴 바지일 경우에도 하의에 천을 두르고 입장해야 하더라고요. 잘 모르고 입장했다가 신부님이 입구에서 천을 두르고 오라고 하셔서 다시 옷을 갖춰 입고 재입장해야 했어요. 내부로 들어서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경건한 풍경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사실 우리 부부는 유럽에 온 게 처음이라서 이렇게 큰 성당은 조지아에서 처음 봤거든요. 성당 내부는 서유럽의 그것처럼 매우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벽화와 은은한 촛불로 경건함을 자아냈어요. 이곳에는 예수의 외투가 묻혀 있다고 알려져 있어, 성지순례로도 많이 찾는다고 해요. 마침 창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빛줄기가 성당의 분위기를 성스럽게 만들었어요. 빛 세례를 받으며 많은 순례자가 촛불을 하나씩 꽂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빛과 건축물이 이렇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게 놀라웠어요.

입구에서 복장 규정에 맞춰 입장해야 한다.

입구에서 복장 규정에 맞춰 입장해야 한다.

대성당 내부.

대성당 내부.

므츠헤타의 아기자기한 길.

므츠헤타의 아기자기한 길.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의 외관.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의 외관.

대성당을 둘러싼 웅장한 벽들.

대성당을 둘러싼 웅장한 벽들.

대성당을 나오니 택시 기사들이 말을 걸어왔어요. “즈바리! 20라리!” 즈바리 수도원(Jvari Monastry)은 므츠헤타 올드시티 강 건너 언덕 위에 있는 수도원으로, 올라가면 므츠헤타 마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택시기사가 먼저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차편을 구할 수 있어요. 택시는 보통 1인당 5라리, 우리는 트빌리시에서 만난 부부와 동행해서 4명이 20라리에 즈바리 수도원까지 왕복으로 다녀오기로 했죠.
택시를 타고 강을 건너 약 10분 가량 달리니 차창 너머로 수도원이 보였어요. 날이 좋아서 성당 앞 푸릇푸릇한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저 멀리는 산 너머 카즈벡 산(Mt. Kazbek)도 보였죠.

입구에서 복장 규정에 맞춰 입장해야 한다.

입구에서 복장 규정에 맞춰 입장해야 한다.

대성당 내부.

대성당 내부.

10여 분 택시를 타고 가니 눈 앞에 등장한 즈바리 수도원.

10여 분 택시를 타고 가니 눈 앞에 등장한 즈바리 수도원.

언덕 위의 즈바리 수도원.

언덕 위의 즈바리 수도원.

산너머 보이는 카즈벡 산.

산너머 보이는 카즈벡 산.

주차를 하고 잔디밭 사이로 난 길을 오르니 방금 전에 들렀던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과 므츠헤타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였어요. 그뿐만 아니라 두 강의 색이 달라 두 강줄기이 만나는 모습이 더욱더 인상적이더라고요! 터키 동부에서 발원해 코카서스 산맥을 따라 카스피해로 흘러 들어가는 쿠라(Kura)강은 석회질이 많아 잿빛을 띠고 있고, 아라그비(Aragvi) 강은 푸른 빛을 띠고 있어 두 색이 만나는 지점이 두 눈으로도 명확히 보였어요. 강의 유량에 따라 이 지점이 시기별로 변하는 것 같아요. 택시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아 성당 내부와 주변을 둘러본 뒤 다시 므츠헤타 시내로 내려왔어요. 사실 둘러보는데 30분 채 걸리지 않지만, 위에서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택시를 타기 전에 미리 택시기사와 시간을 조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쿠라강과 아라그비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지형에 위치한 므츠헤타 시내 전경.

쿠라강과 아라그비 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지형에 위치한 므츠헤타 시내 전경.

트빌리시로 다시 돌아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경치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기로 했어요. 우연히 들어간 카페인데 뷰가 마을에서 가장 좋은 곳이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 와인의 고장 조지아 답게 와인도 한잔 하며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답니다.
므츠헤타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올 때도 마슈롯카(미니버스)를 이용했어요. 퇴근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차가 조금 밀리긴 했지만, 한시간 내로 무사히 트빌리시에 도착했어요.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한 시간 내로 다녀올 수 있는 최고의 근교 여행지인 것 같아요. 고작 30분 차를 타고 나갔을 뿐인데, 대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자연 속 역사 마을로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경치 좋은 카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므츠헤타 전경.

경치 좋은 카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므츠헤타 전경.

와인 한 잔!

와인 한 잔!

작년 10월부터 1월까지, 약 4개월 간 조지아에서 머물렀어요. 처음엔 그저 커피 브랜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조지아’ 인데, 오자 마자 그 매력에 빠져 이렇게 오랜 시간을 머무르게 됐죠. 여름엔 트레킹, 겨울엔 스키, 4계절 매력이 넘치는 조지아 여행기는 이번 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아직 인천 공항에서 바로 가는 직항이 없어 불편하지만, 최근 관심도가 높아져 곧 직항 비행기가 다니는 인기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다음 편부터는 조지아와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로 떠나볼게요.

정리=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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