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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계되자” 대학원생이 밝힌 교수 성추행…학계로 번진 미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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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가의 기자회견장에서 한 시민이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윤택 연출가의 기자회견장에서 한 시민이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극연출가 이윤택을 비롯해 배우 조민기까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학계에서도 공개 미투 선언이 나왔다.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20일 전쯤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SNS에 올리며 미투 운동에 동참한 대학원생 A씨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H대학원생인 A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교수와 교수의 친한 강사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A씨는 자신이 나이가 좀 있는 학생이라고 밝히며 "대학원생으로 교수님 연구실에서 공부했는데, 입학 얼마 후부터 교수님하고 제일 친한 어떤 강사님께서 '열렬한 관계가 되자, 뜨거운 얘기를 하자, 뜨거운 관계가 되자' 등 민망한 말을 건넸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교수 B씨의 친한 강사 C씨는 교수 연구실에서 A씨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끌어안았다.

A씨는 이러한 사실을 교수에게 말했지만, 오히려 질책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교수가) 저에게 사회생활 한 이력서를 정리해 오라며 이제까지 일한 직장에 다 연락해서 물어보겠다고 했다. 제가 나이도 많고 그런데 너무 그런다고(예민하다고) 질책하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결국 A씨는 휴학을 결심했다.

당시 A씨는 "이런 상태로는 공부할 수 없다며 교수에게 읍소를 했더니 그때는 태도를 바꿔 주셨다. 그래도 이해해주시는구나 감사했는데 휴학을 시작한 뒤 교수 B씨가 그다음 가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1년 휴학 신청을 했다. 그런데 (휴학 후) 여러 번 전화해서 '나를 보러 나오지 않는다, 오빠처럼 생각해라, 나는 지금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A씨는 '대학원을 그만둘까 생각해 본 적 없느냐'는 질문에 "너무나 괴로운 것이 다 그만두고 떠날 수 있는 것인가. 살아가는 일이 그렇게 가벼운 것일 수 없다"면서 "문제를 제기하면 자신이 노력한 것을 떠나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누가 자기 자신이 노력한 것을 쉽게 떠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힘은, 권력은 분위기"라며 "누구 하나 그 사람을 제지하는 분이 없다. 오히려 당황해하는 피해자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식으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성추행을 당하고도 폭로하기 쉽지 않은 학계 분위기를 강조했다.

A씨는 "공부를 계속하려면 다른 교수님이 받아주셔야 하는데 받아주시는 분이 안 나서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논문도 제출할 수 없고, 학업도 계속할 수 없으며 학내 기관에 진정한다고 해도 학내 기관에서 그 교수를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SNS를 통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할 만큼 절박한 마음이었다"며 "지금 어디선가 쓸쓸한 눈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절대 포기하지 마셨으면 (한다) 정말 간절히 말씀드리고 응원 드린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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