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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첫 모내기는 이천, 첫 벼베기는 여주 … 선의의 쌀 라이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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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첫 모내기 타이틀은 이천시가 차지했지만, 가뭄 등으로 벼가 잘 자라지 못하면서 첫 벼베기 타이틀은 여주시(사진 아래)에게 돌아갔다. [중앙포토]

지난해 첫 모내기 타이틀은 이천시가 차지했지만, 가뭄 등으로 벼가 잘 자라지 못하면서 첫 벼베기 타이틀은 여주시(사진 아래)에게 돌아갔다. [중앙포토]

경기도 이천시와 호법면 자치위원회는 최근 안평리 비닐하우스 논(890㎡)에서 올해 첫 모내기를 했다. 보통 모내기 철(5월)보다 석달이나 이른 시점이다. 따뜻한 물은 2008년 1㎞ 떨어진 곳에 들어선 광역자원회수시설에서 끌어왔다. 광역자원회수시설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데운다. 비닐하우스 논의 지붕은 따뜻한 물을 비닐하우스 지붕과 지붕 사이에 흘려보낼 수 있도록 두 겹으로 만들었다. 영하의 기온에도 벼의 생육환경에 맞는 평균 온도(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한 이유다. 일명 수막(水幕) 재배라는 농업기법이다. 6월 초쯤 벼 베기에 성공하면 320㎏의 쌀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이천시 농정과는 예상했다.

두 지자체 ‘진상미 설욕전’ 승자는 #수막재배 이천 ‘첫 모내기’ 굳히기 #뒤집기 나선 여주 ‘첫 벼베기’ 목표 #비옥한 흙·물로 도기 명맥 이어와 #유통업계 맞수의 아웃렛 대리전도

이천과 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웃 여주시는 보통보다 훨씬 빠른 다음달 15일 첫 모내기를 할 계획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이다 보니 역시 비닐하우스 논에서 모를 내지만 온수를 끌어오지 못해 수막재배 농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2013년 이천시 광역자원회수시설에서 물을 끌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천과 여주는 번갈아 전국 첫 모내기 타이틀을 두고 경쟁해왔다.

지난해 첫 모내기 타이틀은 이천시(사진 위)가 차지했지만, 가뭄 등으로 벼가 잘 자라지 못하면서 첫 벼베기 타이틀은 여주시에게 돌아갔다. [중앙포토]

지난해 첫 모내기 타이틀은 이천시(사진 위)가 차지했지만, 가뭄 등으로 벼가 잘 자라지 못하면서 첫 벼베기 타이틀은 여주시에게 돌아갔다. [중앙포토]

벼를 둘러싼 두 지자체의 경쟁은 특별하다. 전래민요인 ‘방아타령’과 ‘자진방아’에 “여주이천자채방아” “금상따래기자채방아”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금상따래기는 진상미를 재배하는 논을 일컫는다. 그만큼 이천·여주 쌀은 품질이 빼어나다. 두곳에서 생산된 쌀의 브랜드도 각각 임금님표 이천쌀과 대왕님표 여주쌀로 거의 같다. 지난해 농협 수매량은 임금님표가 4만5000t, 대왕님표가 2만7500t 수준이었다. 수매가는 둘 다 40㎏ 조곡(나락) 기준 6만1000원으로 같은 기간 정부 공공비축미 매입가(5만2570원)보다 꽤 높았다.

이천이 수막재배를 도입한 뒤 여주는 모내기 경쟁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첫 벼 베기 타이틀은 여주에 돌아갔다. 이천보다 50일이나 늦게 모내기를 했지만, 이천의 첫 모내기 벼가 가뭄 등의 영향으로 잘 자라지 못해 앞질러 수확했다. 여주는 이른 수확이 가능하도록 진부올벼로 품종을 바꾸고, 가뭄에 따른 농업용수도 발 빠르게 확보하는 등의 전략을 썼다. 올해 이천이 첫 벼 베기 부문에서 설욕할지, 여주가 첫 벼 베기부문만큼은 수성할지 관심이다.

두 지자체의 경쟁은 도자기에서도 뜨겁다. 이천과 여주는 예부터 도자기를 빚는데 필수인 비옥한 흙과 맑은 물 등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조선 시대 발간한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등을 보면, 두 지자체 모두 도기를 진상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명맥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2015년 실시한 도자센서스 결과 이천·여주가 국내 도자 산업의 중심지로 나타났다. 도예업체 종사자 수는 이천 651명, 여주 970명으로 전국 종사자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요장(도예업체) 수도 마찬가지다. 이천의 경우 2016년 연 매출 5억원 이상의 작가가 6명이나 됐다고 한다. 둘은 도자기를 테마로 한 축제를 열어 도자 대중화에도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맞수 롯데와 신세계는 이천·여주에 각각 아웃렛 매장을 열었다.

유통업계 맞수 롯데와 신세계는 이천·여주에 각각 아웃렛 매장을 열었다.

요즘엔 쇼핑몰 대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천에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여주에 신세계 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이 입점하면서부터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는 자존심을 건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롯데 이천점은 국내 최대(영업면적 6만7200㎡), 신세계 여주점은 국내 처음(2007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섬유·패션업계에 따르면 여주점은 지난해 프리미엄 아웃렛 매출 1위(4768억원)를 차지했다. 롯데 이천점은 6위(3258억원)다. 올해 순위가 바뀔지 관심이다.

조병돈 이천시장과 원경희 여주시장은 “때론 경쟁 관계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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