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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 최고 댄싱커플은 달콤남녀 '버모네'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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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림픽] 압도적인 무대   (강릉=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금메달을 딴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가 연기를 하고 있다. 2018.2.20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림픽] 압도적인 무대 (강릉=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금메달을 딴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가 연기를 하고 있다. 2018.2.20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은반 최고의 댄싱 커플은 '버모네'였다. 테사 버츄(29)-스캇 모이어(31·이상 캐나다) 조가 8년 만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싱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에서 의상 노출 사고를 겪은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23)-기욤 시즈롱(24·이상 프랑스)은 은메달에 머물렀다.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아이스댄스 금메달 #2010 밴쿠버 이후 8년 만에 정상 복귀 #역대 최다 올림픽 5개 메달 기록도 세워 #전날 쇼트 의상 노출 파파다키스-시즈롱 銀

버츄-모이어는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서 122.40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1위(83.47점)에 오른 버츄-모이어는 206.07점의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두 사람은 소치에서 은메달 아쉬움을 달래고 정상에 올랐다. 단체전에서도 캐나다의 우승을 이끈 둘은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밴쿠버에서 금1, 소치에서 은2(개인·단체)개를 목에 건 두 사람은 올림픽 최다 메달(5개) 기록도 세웠다. 선수생명이 짧은 피겨스케이팅에선 평창올림픽 이전까지는 일리스 그라프스트룀(스웨덴), 예브게니 플류셴코(러시아)가 4개의 메달을 따낸 게 최다였다.

아이스댄스 금은동메달을 따낸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가운데),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즈롱(왼쪽),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평창 AP=뉴시스]

아이스댄스 금은동메달을 따낸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가운데),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즈롱(왼쪽),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평창 AP=뉴시스]

경기장은 마치 캐나다 같았다. 캐나다는 물론 한국 팬들도 열렬한 응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모이어가 판정 시비 끝에 은메달을 따낸 피겨 여왕 김연아(28)를 향해 '네가 최고'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열린 김연아 아이스쇼에 출연할 때도 빙판 위 꽃을 줍는 화동들에게 한국말로 격려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모이어는 "한국 팬들이 우리를 좋아해주는 걸 안다. 우리도 사랑한다"며 웃었다.

경기장 이곳저곳에서는 한글로 된 응원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한국 팬들은 두 사람에게 애정을 담아 '버모네(버츄+모이어)'라고 부른다. 선남선녀인 둘이 알콩달콩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다. 라이벌인 파파다키스-시즈롱 조는 '파시네'로 불린다. 두 사람은 힘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몸짓으로 얼음판 위를 빛냈다. 경기 뒤 관중석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져나왔다.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캐나다 아이스댄스 국가 대표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

캐나다 아이스댄스 국가 대표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

아이스댄스는 말 그대로 얼음 위에서 춤을 추는 경기다. 점프를 하거나 여자 선수를 던지는 페어 종목과 달리 우아함과 예술성이 중요하다. 버츄와 모이어는 '동네 친구'라 누구보다 잘 안다. 온타리오주 런던 출신인 둘은 각각 발레와 아이스하키를 병행하면서 피겨를 배웠는데 버츄가 7살, 모이어가 9살인 1997년에 처음으로 파트너가 됐다. 눈빛만 봐도 서로 잘 알 정도로 호흡이 빼어나다. 소치 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그들은 평창 도전을 위해 2년 만에 깜짝 복귀를 선언했다. 이번 대회 캐나다 선수단 기수로도 나섰다. 버츄가 부상당했을 때도 모이어는 묵묵히 기다렸다. 늘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 때문에 '썸을 타는 것 같다'는 국내 팬들의 평도 있다. 하지만 둘이 실제로 교제한 적은 없다.

은메달은 전날 노출 사고를 딛고 최고의 연기를 펼친 파파다키스-시즈롱이 가져갔다. 둘은 프리댄스에서 123.35점을 받아 자신들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을 세웠다. 파파다키스는 전날 쇼트댄스에서 민소매 의상 뒷목 부분 후크가 풀려 상체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결국 쇼트(81.93점) 부진 때문에 205.28점에 그쳐, 0.79점 차로 2위에 올랐다. 경기 뒤 파파다키스는 눈물로 아쉬움을 삼켰다. 동메달은 192.59점을 받은 마이아 시부타니(24)-알렉스 시부타니(27·미국) 남매가 차지했다.

홀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강릉=연합뉴스]

홀로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강릉=연합뉴스]

한국 대표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 조는 86.5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댄스점수 61.22점과 합친 총점은 147.74점으로 18위를 기록했다. 둘은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 순위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에 출전한 양태화-이천군 조의 24위였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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