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동네 상권 두 번 울리는 백화점 맛집 유치 경쟁

중앙일보

입력 2018.02.20 01:05

업데이트 2018.03.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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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라정주의 50+를 위한 경제학(1) 

미시 경제에 관심 많은 거시 경제학자. 내가 연 가게는 왜 늘 파리만 날릴까? 4차 산업혁명이 되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주변 사람 이야기만 듣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보다 큰 그림의 경제를 바라보고 현재 자신의 입장을 다시 살펴보자. 경제학, 거대하고 차가운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삶에 연결해 이해하면 소박하고 따뜻하기 그지없다. <편집자>

부산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산재창업성공 캠프에서 교육을 받는 재창업자들. [사진 부산경제진흥원]

부산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산재창업성공 캠프에서 교육을 받는 재창업자들. [사진 부산경제진흥원]

영원한 직장인은 없다. 누구나 언젠가는 은퇴한다. 미처 준비할 새 없이 은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좋은 대비책은 직장을 다니면서 익히고 배운 걸 살려 은퇴 후에도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직장이 아니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젊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직무라면, 나이가 든 사람을 받아줄 리 만무하다. 재취업 가능성이 없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창업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음식점, 창업 쉬지만 폐업률도 높아

말이 좋아 창업이고, 사장님이다. 준비 없이 떠밀려 사업을 일으켜야 한다. 기존 직장에서 하던 일을 이어 할 수 있는 창업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세 자신이 다니던 직장의 사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절감하게 된다.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했으며, 네트워크를 어떻게 쌓아서 직원 월급을 미루지 않고 지급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비집고 들어갈 사업 아이템을 찾기 어렵다.

모아둔 돈도 없다. 직장은 딱 먹고 살 정도와 자녀 교육비까지만 주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퇴직금이 전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퇴직금을 쥐고 3개월만 고민하면 ‘식당’이란 결론만 남는다. 은퇴자는 다양하지만 결국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음식점업은 주점업을 포함해 2015년 기준 연 매출액 약 108조원이고, 사업체 수는 66만개, 종사자 수는 약 200만명이다.

과히 상당한 규모다. 음식점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전체 소상공인 중 음식점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5%이나 된다. 유통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28.6%) 다음으로 높다(통계청, 2015년 경제 총조사). 음식점업은 창업이 쉽지만, 폐업률 또한 매우 높다. <그림1>을 보면 음식업의 2012~2015년 평균 연 폐업률은 24.2%로 가장 높다.

<그림1> 산업별 연 폐업률(2012~2015년 평균). [자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 통계연감 2017)

<그림1> 산업별 연 폐업률(2012~2015년 평균). [자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 통계연감 2017)

음식점업의 폐업 원인은 여러 가지다. 한국은행 2017년 보고서를 보면 경쟁업체가 많을수록 폐업률이 높다(남윤미·2017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BOK 경제연구 제2017-5). 음식점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많은 퇴직자가 창업하고 그로 인한 과당 경쟁으로 폐업률이 높다.

불공정한 백화점 음식점

다들 예상은 하지만 간과하는 이유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지 여부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의미한다. 공정경쟁은 모든 경쟁자에게 경쟁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 상태에서 경쟁과정이 공정해야 하고, 결과의 합리적인 차별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달성된다(파이터치연구원·2017, '헌법 제119조-공정경쟁을 중심으로').

기회의 균등은 개인 및 기업의 노력, 환경적 요인, 정부의 정책으로 구성된다(이우진·2012, '경제민주화와 기회의 평등' 한국경제포럼, 제5권 제3호). 개인 및 기업의 노력이란 이들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환경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면서 경쟁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환경적 요인은 개인 및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경쟁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소들을 말한다.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부의 행동방침을 말한다.

기울어진 환경하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적합한 예가 백화점에 입점한 음식점과의 경쟁이다. 입점 음식점은 물건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들이 음식까지 소비할 수밖에 없는 환경하에서 영업을 한다. 이 때문에 인근 음식점들보다 매우 유리하다.

한 백화점 내 음식점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한 백화점 내 음식점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백화점 입점 음식점, 2배 이상 수익 

백화점과 별다른 끈이 없는 퇴직자는 입점은 꿈도 못 꾼다. 사람들이 모이는 백화점 인근에서 영업하면 그래도 낙수효과가 조금은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솜씨로 음식점을 오픈하더라도 백화점에 입점한 음식점과 경쟁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2013년 중소벤처기업부 전국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근 음식점의 평균 연 매출액은 약 1억1000만원인데 반해, 백화점 내 음식점의 평균 연 매출액은 약 2억3000만원에 달했다. 백화점 입점 음식점이 배 이상 수익을 올린단 얘기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근 백화점들이 정체된 성장세를 벗어나고자 맛집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소매업이다. 그런데 맛집까지 입점시켜 그들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임대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래 사업 방향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이상적으론, 백화점 입점 음식점과 주변 상권 음식점을 공정 경쟁시키는 방법이 있다. 백화점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율적으로 입점 음식점을 매장 밖으로 출점시켜 손님을 공유하는 식이다. 백화점이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지역상권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 상권에 수요가 증가해 매출이 늘면 음식점이 영세성에서 벗어날 여력이 생긴다. 보다 맛있는 음식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식사 여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백화점은 맛집 입점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을 열려는 소상공인이라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수할지, 새로운 소비자를 모을 마케팅에 투자할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 ljj@pi-touch.re.kr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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