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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부활 1등 공신’ 서른 세 살 마리오, 영화계까지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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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슈퍼마리오

슈퍼마리오

하수도 속에서 좌우로 이동하는 배관공 슈퍼 마리오는 이제 옛말이다. 새로워진 슈퍼 마리오는 3차원 바닷속을 헤엄치고, 숲속에서 360도 원하는 방향으로 달린다. ‘굼바(버섯 모양의 악당)’가 나타나면 옛날처럼 점프해 머리를 밟아도 되지만, 자이로 센서가 들어있는 조이스틱을 휙 흔들기만 해도 모자가 튀어나가 처치한다. 달나라까지도 날아가는 ‘오디세이호’를 타면 양손에 쥔 조이스틱이 묵직한 엔진 소리에 맞춰 진동한다. ‘닌텐도 스위치(Switch)’로 실행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게임 이야기다.

납치된 숙녀 구하는 배관공 캐릭터 #‘마리오 카트’ 시리즈로 글로벌 인기 #닌텐도 작년 4분기 매출 177% 성장 #주가도 1년 새 두 배나 껑충 뛰어 #올해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데뷔 #스마트폰 게임으로 활동 영역 넓혀

닌텐도는 지난해 3월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로 부활의 스위치를 올렸다.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500만 대 팔렸다. 일본에서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도쿄 시내 전자제품점에서는 지난해 말까지도 예약판매는커녕 추첨이나 선착순으로만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닌텐도 부활의 선봉장은 마리오다. 지난해 말일 기준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인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는 900만 장, ‘마리오 카트8 디럭스’는 730만 장 판매됐다.

닌텐도는 지난해 4분기 4829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177% 늘었다. 2009년 이후 분기 실적으로 최고치다. 주가는 1년 사이 두배가 됐다. 지난 13일 마감 가격은 4만5840엔을 기록했다. 닌텐도 주가는 2008년 6월 6만3800엔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한때 8060엔까지 추락했다. 1년 전 일본 증시에서 시가총액 31위에 그쳤던 닌텐도는 지난달 시총 10위(6조7958억엔)에 올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981년 닌텐도는 북미 지사의 아케이드 게임기 재고 2000대를 처리하기 위해 재활용 게임 ‘동키콩’을 만들었다. 1977년 입사한 신참 미야모토 시게루의 아이디어였다. 몸집 큰 원숭이 동키콩이 납치한 숙녀를 구하러 가는 이름 없는 ‘점프맨’이 슈퍼 마리오의 시작이었다. 동키콩 게임이 성공하자 점프맨에 ‘마리오’ 라는 이름을 달아 1985년 자체적인 게임 시리즈로 독립했다. 독립 시리즈로 ‘출생 신고’를 한지 33년째지만 마리오는 여전희 명랑한 표정으로 피치 공주를 찾아 모험 중이다.

닌텐도를 살린 것은 쉽고 간단한 하드웨어, 밝고 명랑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원칙이다.

2002년 취임한 이와타 사토루(岩田聰) 전 사장은 침체에 빠진 닌텐도를 살리기 위해 숙련자가 아닌 남녀노소가 보편적으로 즐기는 게임 시장을 공략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은 게임 매니어가 열광하는 복잡한 첨단 게임기다. 하지만 게임 ‘문외한’의 눈에 PS의 컨트롤러는 너무 복잡해 무얼 눌러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울 정도다. 상대적으로 닌텐도는 작동법이 쉽다. “게임기는 조작이 쉬워야 한다”는 게 이와타 전 사장의 원칙이었다.

2004년 출시한 닌텐도DS는 십(+)자 버튼에 익숙하지 않은 비숙련자, 중장년층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터치펜을 달았다. 2006년 나온 닌텐도Wii(위)는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팔을 흔드는 방식이었다. 작동법이 더 쉽고 가족 친화적이었다. 게임도 대체로 밝고 친숙하다. 마리오와 동생 루이지는 2인 플레이 모드에서도 선의의 속도 경쟁을 할 뿐 서로를 해치지 않았다. 마리오나 포켓몬 게임을 즐기는데 새로운 세계관을 익힐 필요도 없다.

『닌텐도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의 저자 제프 라이언은 “지난 20년 동안 닌텐도를 따라다닌 공포는, 남자아이들이 어른이 되면서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과 멀어지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핵심 고객층을 놓고 XBOX 360과 PS3가 고깃덩어리를 놓고 싸우는 개들처럼 돼 버렸다”라며 “그 바람에 닌텐도는 ‘신대륙’을 개척하면서 고객의 점심시간, 빈둥거리는 시간을 차지하기로 했다”라고 분석했다.

2015년 이와타 사장이 세상을 떠난 뒤 기미시마 타츠미가 새 닌텐도 사장이 됐다. 그는 재무경영 전문가다. 기미시마 사장 체제에서도 닌텐도 정신은 이어졌다. 은행원 출신인 기미시마 사장은 경영에 집중하고, 이와타 전 사장과 함께 닌텐도의 전성기를 열었던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宮本茂)가 공동 대표이사로 소프트웨어 등 개발을 지휘했다.

스위치는 전작들처럼 새로우면서도 단순하다. 본체 화면 양옆의 조이콘(컨트롤러)은 탈착이 가능하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양손에 쥐고 모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조이콘을 형광 빨강, 형광 파랑으로 만든 디자인은 경쾌하다.

마리오를 앞세운 닌텐도의 도전은 계속된다. 닌텐도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후 슈퍼 마리오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함께 투자하고,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대표이사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다.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개장을 준비 중이다. 모바일 시장 공략에도 마리오가 나선다. 앞서 닌텐도 자회사 포켓몬 컴퍼니는 위성 위치추적 시스템(GPS)에 기반을 둔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이스’와 손잡고 ‘닌텐도 GO’를 성공시켰다. 다음은 마리오다. 닌텐도는 내년 3월까지 인기 게임시리즈인 ‘마리오 카트’를 스마트폰 게임으로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토 카즈나리 이봇슨 어소시어츠 재팬 애널리스트는 “닌텐도는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강력한 지적 재산권과 콘솔 사업에서의 회복세가 맞물려 수익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닌텐도의 2018년 주당 수익이 전년 대비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향후 모바일 게임 매출과 온라인 구독 서비스가 매출을 증대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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