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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포츠의 감동 안겨준 윤성빈, 최민정의 쾌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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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설 연휴의 큰 선물이었다. 불모지와 같은 스켈레톤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윤성빈, 쇼트트랙 500m 결승 실격이라는 충격을 떨치고 1500m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 등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잇단 선전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세계 컬링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여자 컬링팀도 있다.

불모지 한국 썰매 역사 새로 쓴 윤성빈 #피나는 훈련으로 체구 약점 극복 최민정

윤성빈은 16일 남자 스켈레톤에서 2위를 1초63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밀어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썰매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봅슬레이, 루지 등 다른 썰매 종목을 통틀어서도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

윤성빈의 선전은 한국 썰매가 일군 쾌거이자,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던 그가 스켈레톤 입문 5년7개월 만에 이뤄낸 인간승리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파워와 스피드 등 타고난 체력조건도 있지만, 트랙을 빠르게 내려오게 체중을 늘리려 하루 8끼를 먹고, 보통 하루 2~3차례인 주행훈련을 8차례나 강행하는 혹독한 훈련과 근성을 발휘한 결과다. 경기 내내 보여준 위축되지 않는 당당함과 여유도 인상적이었다. 왕좌에 오른 그는 예전 선수들과 달리 눈물 바람 대신 전 국민에게 넙죽 세배를 올리는 여유를 보였다. 압박감이 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내 목표이고, 팀의 목표이고, 모든 사람의 목표일 뿐 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결과에 얽매이기보다 도전 자체를 즐기는 신세대다운 대답이다.

17일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정은 3바퀴를 남기고 4위인 상태에서 아웃코스로 질주해 1위로 나간 다음 무섭게 상대 선수들을 따돌렸다. 미국 UPI통신은 “최민정은 압도적이었다. 마지막 2바퀴는 마치 (자동차) 기어를 변속한 것 같았다”고 평했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가 특기인 최민정은 작은 체구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으로 아웃코스 추월을 익혔다. 바깥으로 달리면 더 강한 원심력을 견뎌야 하는데, 짧은 보폭으로 다른 선수보다 2~3번을 더 뛰며 더 빨리 움직였다.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 수 있는 이유다.

의성여중·고 출신들로 구성돼 ‘의성 마늘소녀들’이라 불리는 여자 컬링대표팀은 세계 1·2위 캐나다와 스위스에 이어 세계 4위이자 컬링 종주국 영국까지 쓸어버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방과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김영미와 김은정, 언니 김영미에게 컬링장에 물건을 건네주러 갔다가 얼떨결에 시작한 김경애 등 전원이 학교 선후배·친구·자매로 구성된 팀이다. 취미로 시작한 시골 소녀들의 도전이 마치 영화와도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진정한 아마추어 정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땀과 노력, 성패를 떠나 도전 그 자체를 즐기기…. 오직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의 드라마가 평창의 설원을 달구고 있다. 25일 폐막까지 모든 선수의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