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흥행 1위에 오른 할리우드 영화 ‘블랙 팬서’에는 부산이 배경인 장면이 20분 가량 등장한다. 자동차 추격전 등 이 영화가 지난해 봄 한국 촬영에서 쓴 제작비는 얼마나 될까.
외국영화 한국서 얼마나 돈 썼나 #2011년 이후 총 18편 국내 촬영
영화사 측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사전 신고한 금액으로는 9일간 69억 4000여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26억 3000만원)의 두 배 넘는 규모다.
국내 집행비용으로 최종 인정을 받으면 해당 영화 제작사는 이 중 20%를 돌려 받는다. 해외 영화·드라마의 국내 촬영을 유치,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대신 관광유발·고용창출 등의 경제효과를 거두려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을 통해서다.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유명한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진위가 국내에 이 사업을 도입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센티브를 받은 외국 영상물은 모두 18편. 이 중 14편이 국내에서 10억원 이상을 썼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쓴 외국 영상물 지원작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500억원 남짓한 제작비를 전액 투자한 이 영화는 2016년 서울, 강원도 등에서 촬영하며 111억여원을 썼다.
2위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 2014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초로 서울 도심 등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88억여원을 썼다. 3위는 사전 신고 금액 기준으로 이번에 개봉한 ‘블랙 팬서’다.
4위는 배두나 주연의 미국 드라마 시리즈 ‘센스8’의 시즌2. 2015년 62억여원을 썼다. ‘센스8’은 시즌1도 2014년 한국에서 29억여원(6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5위는 손예진의 주연의 중국영화 ‘나쁜놈은 죽는다’. 2014년 38억여원을 썼다. 중국영화로는 ‘아빠의 휴가’도 2014년 24억여원(7위), 2013년 ‘두 도시 이야기’는 21억여원(8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은 지원금 전액이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나온다. 연간 20억원 안팎으로 책정된다. 2014년에는 ‘어벤져스2’를 비롯, 국내 집행비용 10억원 이상 영화가 5편이나 선정돼 추경 예산으로 총 51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원금 비율은 ‘어벤져스2’ 때는 국내 집행비용의 최대 30%까지여서 26억원을 받았지만 현재는 최대 25%다. 또 편 당 최대 지원액 역시 2016년 20억원, 2017년 15억원 등으로 상한을 두어 ‘옥자’는 20억원을 받았다.
한상희 영진위 국제사업팀장은 “인센티브 지원 제도 시행 후 한국에서 촬영하는 전체 외국영상물이 2014년 29편, 2015년 34편, 2016년 60편으로 늘었다”며 “다만 지난해는 한한령으로 중국 영상물 촬영이 줄어 전체 수치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