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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밖에 모르던 명문고 소녀, '글로벌 아이돌'로 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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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우 유나이티드' 한국 멤버 정혜윤 

서울 신사동 B&C 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정혜윤. 임현동 기자.

서울 신사동 B&C 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정혜윤. 임현동 기자.

14개국에서 온 14명의 소년 소녀로 이뤄진 팝그룹. 오는 4월 데뷔를 앞둔 ‘나우 유나이티드’(Now United)는 지구 최강 아이돌을 지향하는 특별한 그룹이다. 평균 나이는 17.5세. 미리 공개된 ‘썸머 인 더 시티’ 뮤직비디오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영국‧멕시코‧독일‧일본·세네갈 등 여러 인종의 멤버 사이에 한국인도 있다. 가냘픈 몸으로 유연하고 파워풀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안무가 출신의 정혜윤(22)이다.

[사진 나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사진 나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스파이스 걸스’ ‘아메리칸 아이돌’ 제작자가 10년 준비

‘나우 유나이티드’는 세계적인 프로듀서 사이먼 풀러가 10여 년간 기획한 야심작이다. 풀러는 스파이스 걸스,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인기 가수를 양성하고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제작한 거물이다. 그는 각 나라별로 최종 오디션에 참가할 후보를 추렸다.

정혜윤은 풀러가 이끄는 엑스아이엑스(XIX) 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점찍은 인재다. 지난해 인터넷으로 정혜윤의 창작 안무를 본 엑스아이엑스는 한국 에이전시에게 그를 찾아 한국 후보 리스트에 넣어 달라고 했다. 지난해 7월 각 나라별로 4명씩 선발된 연습생 50여 명이 미국 LA에 모여 일주일간 서바이벌 오디션을 치렀다. 치열한 경합 끝에 정혜윤은 ‘나우 유나이티드’ 한국 멤버로 발탁됐다.

나우 유나티이드의 여성 멤버들. [사진 나우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나우 유나티이드의 여성 멤버들. [사진 나우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데뷔 후 곧바로 프로모션 투어를 할 예정이에요. 멤버들과 14개국을 여행하며 공연할 생각에 정말 설레요!” 서울 신사동 '나우 유나이티드'의 한국 에어전시 B&C 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정혜윤의 표정은 밝았다. 멤버들은 지난 가을 한 두어달 LA에서 합숙하며 안무 연습과 1차 앨범 녹음을 마쳤다. 이후 각자 나라로 돌아와 개별 활동을 하다 데뷔를 앞두고 다시 모인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 그룹이다.

정혜윤의 큰 장점은 탄탄한 춤 실력과 당당한 태도다. 젊은 시절 팝페라 가수로 활동한 어머니를 닮아 노래에도 재능이 있다. “5살부터 죽 발레를 하다 중학교 때 스트릿 댄스를 시작했어요. 정해진 규칙대로 춰야 하는 발레와 달리 다양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어서요. 당시 ‘대학에 가지 않고 춤과 노래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해 집안이 뒤집어졌죠(웃음).”

연구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전 대덕고에 다녔던 그는 늘 ‘튀는 아이’였다. 학교보단 연습실에 더 오래 있었고, 졸업 후엔 부모님 지원 없이 홀로 서울에 올라와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안무 창작을 배웠다. 부모님은 화초처럼 곱게 키운 딸이 고된 타지생활에 질려 금세 돌아올 줄 알았다. “고깃집, 카페에서 하루 알바 두 개를 마친 뒤 밤새 춤 연습을 하고 두 시간 쪽잠을 잤어요. 힘들었지만 꿈과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요.”

 서울 신사동 B&C 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정혜윤. 임현동 기자.

서울 신사동 B&C 그룹 사무실에서 만난 정혜윤. 임현동 기자.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꿈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춤과 노래로 표현하는 예술가다. 춤으로 세계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그는 서울에서 댄서로 활동하며 직접 만든 안무를 유튜브와 SNS에서 올렸다. 정혜윤을 독창적인 안무가로 인정한 국내외 댄서들은 그를 해외 댄스 대회와 강의에 초청했다. 본격적으로 세계로 시야를 넓힌 시기였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2년간 미국에 살며 익힌 영어도 큰 도움이 됐다.

“10대 내내 저 스스로 외톨이라 생각했거든요. 또래들과 잘 섞이지 못했으니까요. 그게 힘들었는데 춤을 추며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외국 친구들을 만나니 정말 좋았어요. 춤출 때만큼은 어떤 조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나다울 수 있거든요. 해외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그런 이유에서 국내 기획사로부터 걸그룹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걸그룹은 대체로 기획사가 컨셉트를 뚜렷이 그려 놓고 멤버 영입을 제안하거든요. 저에게 더 잘 맞는 자리를 기다려보자고 다짐했죠." 세계라는 큰 무대에서 서고 싶은 마음이 마침내 ‘나우 유나이티드’에 닿았다.

[출처 청혜윤 인스타그램]

[출처 청혜윤 인스타그램]

춤과 노래의 국가대표 열넷이 모였으니 소통하고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처음엔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어차피 우린 모두 달라’ 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쉽게 친해졌어요. 그만큼 자유롭게 각자 색다른 매력을 보일 수 있었고요. 풀러 대표님도 멤버 모두를 편안하고 따뜻하게 맞아 주셨어요.” 팀의 맏언니인 정혜윤은 한 살 어린 독일인 멤버 시나와 금방 친구가 됐다. 지난해 12월엔 시나가 한국에 놀러와 함께 관광을 즐기며, 서울 곳곳에서 둘이 합을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나우 유나이티드에 발탁된 후에도 매일 하루 여덟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약을 앞둔 그는 수줍지만 당찬 얼굴로 포부를 밝혔다. “어떤 길을 택하든, 이걸 ‘좋은 선택’으로 만드는 건 제 몫이잖아요. ‘나우 유나이티드’ 데뷔 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언젠간 작사‧작곡도 하고 싶고요. 새로움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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