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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알리바바 넘버2 가 말하는 '알리바바 자동차 빅픽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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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전기차 분야에서 잰걸음을 내고 있다. 기존 차량공유(콰이디다처)나 인터넷에 연결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를 넘어서 전기차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데다 인터넷 클라우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과 경영진이 자동차를 미래의 인터넷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셉 차이 알리바바그룹 부회장 단독 인터뷰 #"상하이차와 합작, 차량용OS 이어 전기차 투자"

알리바바는 최근에도 새로운 딜(dealㆍ거래)을 시장에 신고했다. 지난달 29일 알리바바그룹은 대만의 반도체 수탁 제조업체인 폭스콘, 텐센트ㆍ바이두ㆍ샤오미 투자자로 유명한 IDG캐피털 등과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에 22억 위안(약 375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최대의 IT 기업과 애플 아이폰을 만드는 하이테크 제조업체, 중국 최고의 벤처캐피털이 함께 주도한 투자로 눈길을 끌었다.

알리바바와 폭스콘의 투자를 받은 샤오펑모터스의 전기차 G3. [사진 샤오펑모터스]

알리바바와 폭스콘의 투자를 받은 샤오펑모터스의 전기차 G3. [사진 샤오펑모터스]

특히 알리바바의 경우 이제까지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기반으로 인터넷과 차량을 연결하는 ‘커넥티드카’를 준비했다면, 이번 투자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전기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든 셈이다. 2014년 설립된 샤오펑모터스는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의 여러 전기차 업체들을 누르겠다고 공언하는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선 전기차 SUV인 G3를 공개했다.

조셉 차이 알리바바 부회장 "자동차산업 큰그림 완성 중"

조셉 차이(joseph tsai) 알리바바 그룹 부회장이 지난 10일 강릉올림픽파크 내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조셉 차이(joseph tsai) 알리바바 그룹 부회장이 지난 10일 강릉올림픽파크 내 알리바바 홍보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샤오펑모터스 투자를 주도한 조셉 차이(54)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을 지난 10일 강릉에서 만났다. 차이 부회장은 올림픽 글로벌 후원사인 알리바바그룹의 홍보관 개관식 참석차 마윈 회장과 강릉을 찾았다. 예일대 출신 변호사였던 차이 부회장은 1999년 마윈 회장과 알리바바를 공동창업한 18명 중 1명이다. 2013년까지 알리바바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에는 알리바바그룹의 주요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 대해 그는 “단순한 일회성 투자가 아니다”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알리바바가 준비하는 큰 그림 중에서 (이번 투자는)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와 커넥티트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잠재력이 엄청난 시장”이라며 “이런 스마트한 교통수단이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의 역할이 있다. 꾸준히 투자하면서 전환기에 있는 자동차산업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상하이자동차라는 자동차를 잘 아는 파트너와 손을 잡았고, 인터넷 커넥티드카에 들어갈 운영체제(OS)를 개발했고, 전기차를 제조하는 샤오펑모터스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동차산업에 대한 우리의 큰 그림을 완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5년 상하이자동차(SAIC)와 함께 합작벤처(반마왕뤄ㆍ斑馬網絡)를 세웠다. 이듬해인 2016년 7월 알리바바는 사물인터넷 운영체제(IoT OS)가 탑재된 인터넷 커넥티드카 RX5를 공개했다. RX5에선 주차료ㆍ주유 비용 결제를 비롯해 드라이브스루 커피숍에서 커피를 살 때도 자동차에 내장된 알리페이로 모두 결제 가능하다. 선루프에는 드론이 탑재돼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드론을 음성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다. 또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연동돼 있어 음식점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ㆍ결제도 된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자동차를 이 클라우드와 연결해주는 알리OS가 있어서 가능한 서비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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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미래 자동차 기능 중 80% 이상은 교통과 무관"

RX5를 공개할 당시 마윈 회장은 “스마트폰의 주기능이 전화가 아닌 것처럼 미래의 자동차는 80% 이상의 기능이 교통과 무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를 ‘내연기관’이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된 IoT 기기’로 본 것이다. 알리바바와 상하이자동차의 RX5는 1년간 23만대가 팔렸다. 지난해 약 70만대가 팔린 중국 전기차 시장은 비야디(BYD)가 시장의 22%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스마트폰의 핵심인 안드로이드OS와 iOS처럼, 인터넷 커넥티드카의 핵심인 운영체제를 먼저 노렸다. 알리OS는 현재 중국에서 구글 안드로이드OS에 이어 커넥티드카 OS 시장 2위다.  ‘미래 자동차의 80% 기능’을 잡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2016년 7월 6일 중국 항저우 윈시 컨벤션센터에서 상하이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양산 커넥티드카 RX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2016년 7월 6일 중국 항저우 윈시 컨벤션센터에서 상하이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 양산 커넥티드카 RX5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전기차 업체에 대한 투자는 커넥티트카와 자율주행차를 위한 발판이다.  차이 부회장은 ”샤오펑모터스에 대한 투자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전기차는 자동차부품이 3만개 이상인 내연기관 자동차들과는 다른 제조 과정과 사용자 경험을 가져올 것”이라며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는 전기차를 통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에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통제하고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며 전기차 시장을 키우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비즈니스엔 10년의 회임 주기가 있다"

미래 자동차에 분야에 대한 알리바바의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 부회장은 “알리바바 그룹의 ‘10년 회임주기 철학(a general philosophy of 10 years gestation period)’에 비춰 볼 때 자동차산업에서 우리의 비즈니스는 이제 겨우 1년차 수준”이라며 “샤오펑 외에도 관련 기술 기업들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10년 회임 주기‘란 특정 사업의 성패나 생사를 판단할 때 알리바바 경영진들이 기준으로 삼는 비즈니스 성장 모델이다. 차이 부회장에 따르면, 특정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이상 첫 3년은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잘 돌아가는 지 확인하는 시간으로 삼는다고 한다. 차이 부회장은 “이때는 수익모델이나 매출 같은 건 잊어버리고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또는 이 아이디어가 제대로 굴러가는 지에 대한 확신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확신이 선 상태에서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면 창업후 3~5년 시기엔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고  창업후 5~7년쯤엔 수익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 7~10년쯤 돼야 돈을 버는 단계라는 것이다. 차이 부회장은 ”10년 이후엔 첫 단계로 돌아가 다시 만들어야(reinvent) 한다”고 말했다. 타오바오 알리바바는 이 모델을 인수한 기업들에도 적용한다.

"금융업에 블록체인 접목 방법 연구개발중” 

조셉 차이 부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그룹이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에 대해 “현재보다 더 높은 보안성을 바탕으로 자산의 소유권을 인증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큰 의미가 있다”며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그룹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R&D를 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100만 달러를 입금했다고 입금내역서를 보내준다고 해도 내가 진짜 100만달러를 (물리적으로)손에 쥐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금융자산은 이미 ’데이터‘로 가상화(virtual)돼 있기 때문에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블록체인은 금융산업에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블록체인은 기존 지폐든 디지털 자산이든 간에 어떤 자산이든지 분산 저장 기술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앤트파이낸셜그룹의 에릭 징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초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향후 10년 이내에 알리페이 사용자를 20억명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알리페이로 온라인 기부금을 모은 뒤 수혜자들에게 언제 얼만큼 전달됐는지 기부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를 하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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