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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골프 선수 우승 옆에 또 그 사파리 모자 아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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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과 딘 허든. [중앙포토]

고진영과 딘 허든. [중앙포토]

18일 LPGA투어 ISPS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고진영이 우승할 때 사파리 모자를 쓴 덩치 큰 캐디 딘 허든(54·호주)이 옆에 있었다. 1주일 전인 11일 호주 캔버라에서 끝난 유럽여자투어 캔버라 클래식에서 신지애가 우승했을 때도 사파리 모자의 허든이 옆에 있었다.

우승청부사 캐디 딘 허든 2주 연속 한국 선수 우승시켜

허든은 한국 선수들이 우승하는 장면 곳곳에 나타났다. 그는 26년간 캐디를 하면서 52차례의 우승을 맛봤다. 지난 10년간은 한국 선수와 호흡을 맞췄다. 한국 선수와 함께 한 우승은 36번, 그 중 25승을 신지애와 함께 했다.

캔버라 클래식에서 7년만에 호흡을 맞춘 딘 허든(왼쪽)과 신지애.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

캔버라 클래식에서 7년만에 호흡을 맞춘 딘 허든(왼쪽)과 신지애.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

허든은 2015년 중반부터 고진영의 캐디를 맡고 있다. 신지애와는 2008년부터 3년여 인연을 맺었다. 고진영이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지난주 아르바이트로 신지애의 가방을 잠시 멨다가 또 우승을 시킨 것이다.

시상식에서 대회 관계자는 고진영에게 “허든이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고 물었다. 고진영은 "후반 긴장해 캐디가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고 했고 대회 관계자는 “당신이 고용주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호주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허든은 1992년 일본 투어로 진출한 친구의 부탁으로 캐디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잠시 최경주의 캐디를 맡기도 했다. 허든은 "최경주의 인상이 마이크 타이슨 같았다"고 했다.

2005년부터 여자 선수의 캐디를 했다. 일본 최고 선수 후도 유리의 가방도 챙겼다. 이후 신지애·유소연·서희경·장하나·전인지·김효주·고진영까지 한국선수 전문 캐디가 됐다.

유소연과 허든.[중앙포토]

유소연과 허든.[중앙포토]

그는 한국 선수의 정서를 잘 이해했다. 전문 캐디가 없던 국내 프로골프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국내에서 ‘지존’으로 불리던 신지애가 여러 국제대회에 다니면서 이름을 알리고, 미국무대에 진출해 세계 랭킹 1위로 도약할 때 허든이 그를 지켰다. 신지애의 첫 메이저 우승인 2008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허든은 힘이 됐다.

함께한 지 3년만인 2011년 초 신지애는 허든과 헤어졌다. 허든은 그해 여름 유소연의 가방을 메고 US 오픈 우승을 도왔다. 한국에서 뛰던 유소연이 US오픈에 출전하면서 단발 계약이었는데 우승했다.

허든은 이후 US오픈에서 유소연에게 연장전에서 패한 서희경의 가방을 멨다. 서희경과는 오랫동안 우정을 함께 했지만 LPGA 투어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다. 2014년 말부터 서희경이 출산으로 경기를 쉴 때는 장하나의 가방도 잠시 챙겼다.

서희경은 2015년 US오픈에 참가하지 못했다. 허든은 그 때 파트타임으로 전인지의 가방을 멨고 또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 초 김효주의 가방을 잠시 맡았는데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에서 또 우승 맛을 봤다.

서희경과 허든. [중앙포토]

서희경과 허든. [중앙포토]

허든은 한국에서 고진영의 캐디를 하면서 흡족해 했다. 그는 보안 검색이 심하고 연착, 취소가 많은 미국의 비행기 여행을 싫어한다.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한국 투어가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러나 고진영이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미국 LPGA 투어 티켓을 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는 한국에 있는 집은 그대로 두고 있다.

지난 10년간 허든이 한국 선수와 함께 하면서 받은 우승 보너스(상금의 10%)만 해도 5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지애와 허든.[중앙포토]

신지애와 허든.[중앙포토]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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