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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위원장, “네이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분석 중…구글 시장지배력 남용도 감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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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다.

플랫폼 사업자를 쉽게 정의하면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승강장(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생태계 전반의 규칙을 정하는 ‘룰 세터(rule-setter)’ 역할을 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구글,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한국엔 네이버가 플랫폼 사업자로 꼽힌다.

네이버 1월 현장조사 바탕으로 분석 중 #암호화폐거래소 약관 시정명령 검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1조부터 다시 쓴다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은 검토하지 않아 #최저임금 지원 한시적…경제주체 곧 적응

김 위원장은 네이버에 대해 “지난 1월 현장조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엄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암호화폐 거래소의 약관이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사실상 끝내고 시정명령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부 부처를 꼽으라면 단연 공정거래위원회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갑을 관계 해소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공정경제 추진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벌개혁을 가시화하는 게 목표”라며 “하반기에 관련 법 제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정거래법 1조부터 다시 쓰고 싶다”라며 38년 된 낡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전면 개편 의지도 드러냈다. 인터뷰는 김종윤 경제부장이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서울 남대문로 공정거래조정원 소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국민이 체감하도록 재벌개혁을 가시화하는게 목표"라며 "하반기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서울 남대문로 공정거래조정원 소재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국민이 체감하도록 재벌개혁을 가시화하는게 목표"라며 "하반기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공정위가 공익법인 실태조사, 지주회사 수익 구조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재벌 개혁에 나섰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은 대부분 주주총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주주총회가 끝나는 3월 이후 대기업집단의 변화를 살펴보겠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공익법인 조사, 지주회사 수익 구조 조사 등을 하겠다. 

상반기가 지나면 추가적인 법제도 개선 필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재벌개혁과 밀접하게 관련된 다른 부처의 장치가 있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 금융위원회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구축,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 등이다. 올 하반기에는 다른 부처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법 제도 개선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추진하겠다”

대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변화가 눈에 띄나

“기업이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 그룹이 처한 문제, 특히 지배구조 문제가 변화를 실천에 옮기는데 장애가 됐다. 공정위가 기업인에게 예측 가능한 부분을 보여준다면 기업인이 좀 더 빨리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재벌 개혁을 몰아붙이지 않고, 기업의 변화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했다. 취임 8개월이 됐는데 10개 이상의 대기업 그룹들이 여러 가지 의미의 자발적인 제도 변화를 진행했다. 이렇게 가는 게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재벌개혁이다. ”  

재벌이라는 표현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재벌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건 틀림없다. 그렇다고 대기업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보다 정확하게는 대기업집단이 맞는 표현이다.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통해 우리 국민이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제 임기 내에 재벌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기를 바란다”

네이버의 독과점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좋은 기업이다. 다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외국 사업자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외국 플랫폼 사업자는 네이버보다 훨씬 강력한 네트워크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미래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나.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에 대해 공정위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법 위반이라는 판단이 서면 조사와 제재를 할 것이다. 네이버가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민원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조처를 할 것이다. 신고 사항과 관련해 지난 달에  네이버에 대해 현장조사를 약 일주일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입수한 증거를 엄중히 분석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2016년 8월 “네이버가 네이버 쇼핑에서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우선 결제토록 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에 네이버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암호 화폐가 ‘뜨거운 감자’다. 공정위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전자상거래법상 사업자가 신고하면 공정위가 접수한다. 신고하면 다 받아주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긴다. 암호화폐 거래소 홈페이지를 보면 공정위의 전자상거래상 통신판매업자로 등록이 돼 있다. 이러면 공정위가 마치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3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 중개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가 적정한지, 통신판매업 신고가 국민의 오인을 유발하기 위한 건 아닌지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출금 제한 규정, 면책규정 등 암호화폐 거래소의 약관이 소비자에 불리하지 않은 지 등에 대한 약관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필요하면 이달 말에 시정조치를 할 계획이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한국 기업의 심각한 문제다. 우선 부와 경영권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승계한다. 또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로 하는 서비스업, 물류 등의 분야에서 주로 이뤄진다. 경제활동의 생태계를 망친다. 모든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적발해 제약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에 하이트진로를 제재한 것처럼 매우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게 목표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공정위뿐 아니라 여러 부처의 수단을 체계적으로 종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해 불법 행위의 유인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가 충실 의무 위반 시 주주들이 소송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세법과 상법이라는 다른 수단을 종합해 관련 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하반기에 판단을 내리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으로 변화된 경제여건을 규율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공정거래법 1조부터 다시 쓴다는 생각으로 개편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으로 변화된 경제여건을 규율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공정거래법 1조부터 다시 쓴다는 생각으로 개편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의지를 밝혔다. 개편 이유가 궁금하다.

“올해 공정위가 가장 역점을 두는 일이다. 전면 개정인 만큼 공정거래법 1조부터 다시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래 27차례 부분 수정을 거치다 보니 법의 체계성이 깨졌다. 또 공정거래법은 20세기 후반부의 산물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4차산업 혁명, 플랫폼 산업 발전과 같은 변화된 경제여건과 현상을 규율하기에 한계가 있다.”  

전면 개편의 구체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책임 부분부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및 담합 규제 등 경쟁법 고유 영역 등에 대한 법 조항을 개편할 생각이다. 한국의 특수 상황인 재벌 규제,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에 대해서도 재검토한다. 또 현행법의 큰 약점 중 하나는 조사절차의 투명성, 피심인의 권익 보호 등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겠다.”

전속고발권 폐지의 취지를 설명해달라. 중소기업 피해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했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간 공정위는 고발권뿐 아니라 집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독점했다. 공정위가 조사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다른 항변권이 없다. 경쟁법 집행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다만 전속고발제 폐지를 검토하면서 중소기업 피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최대한 중소기업 피해 가능성이 크지 않은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등의 분야에 대해 먼저 폐지 방침을 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중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중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기업의 문제에 대한 형사적 처벌 강화가 옳은 방향이냐는 지적도 있다.

 “기업문제, 경제문제를 형사법으로 단죄하는 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경쟁법에 처벌을 규정하지 않은 나라도 많다. 다만 전제 조건은 다른 대체 제재 수단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징금을 내는 것만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면, 기업 문제를 굳이 처벌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검토에 대해 재계의 우려가 나온다.

 “기업분할명령제의 경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법제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할 건 아니다. 이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않다. 설사 도입되더라도 실제 발동할 예가 없을 것이다. 일본이 70년대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아직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다. 공감대도 부족하고 실제 집행 사례도 없을 것 같은 제도의 도입을 위해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가 적정한지,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건 없는지 검토하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가 적정한지,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건 없는지 검토하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

“16.4% 인상률은 상당히 큰 충격이다. 특히 충격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집중됐다. 정부 입장에서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 그래서 3조원이란 상당히 큰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 건 직접 지원은 한시적이다. 다만 지원이 올 한해만 될지, 아니면 더 지속할지는 올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인상률을 얼마로 결정할지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모든 부처가 고민하고 있다. 초창기 몇 개월간 시장에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제 주체들이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리 =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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