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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나는 음악할 땐 이상할 정도로 완벽주의자"

중앙일보

입력

“음악할 때는 완벽주의자로 변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연주를 만드는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조성진은 지난해 말 JTBC 고전적하루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목표와 거기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지난해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했다. 국내 무대에 설 때마다 짧은 시간에 티켓을 매진시키는 최근 음악계의 빅스타로 떠올랐다. 고전적하루 조성진 편은 인터뷰와 연주를 포함하고 있으며 9일 1회가 업데이트됐고 23일까지 금요일마다 총 4회가 공개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조성진은 고전적하루에서 연습 방법,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 등에 대해 말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카네기홀 독주, 베를린필과 협연 등으로 국제적 경력을 쌓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JTBC]

쇼팽 콩쿠르 우승, 카네기홀 독주, 베를린필과 협연 등으로 국제적 경력을 쌓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JTBC]

-연습을 어떻게 하나. 비법이 있나.=
“전혀 없다. 예를 들어 베를린필과 협연한 라벨 협주곡 2악장 같은 경우는 솔로 첫 페이지를 계속 쳐본다. 한번은 느리게, 한번은 또 다른 템포로. 그런 다음에 그 안에서 어디를 클라이막스로 둘까, 어떤 부분을 작게 했다가 올라가야 하나, 무게는 어느정도로 해야할까, 손 각도를 어떻게 해야되나 정한다. 기본적으로 작곡가가 적어놓은 것에서 너무 벗어나는 건 안 좋아한다.”

-연습보다 실전 무대가 더 많이 이어지는 스케줄로 보인다. =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연주를 점점 만족스럽게 만들어보는 것이다. 연습할 때는 괜찮은데 무대에서 긴장한 나머지 잘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끝나자마자 대기실로 가서 악보에 표시를 해본다. 세모, 별표, 동그라미를 치고 포스트잇을 붙여놓는다. 그러면 다음엔 그 부분이 괜찮아진다. 다른 부분이 이상해지면 또 표시를 해놓고 그럼 좀 연주가 나아진다. 그게 재미있다.”

-만족할 수 있는 연주가 점점 많아지나. =
“만족할 수 있는 연주 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 쇼팽 콩쿠르 이후 2년동안 쇼팽 협주곡 1번만 60번 정도 연주했다. 50번 이후부터는 세는 걸 그만뒀다. 근데 그 정도 하니까 만족할만한 연주가 점점 더 나온다. 요즘에는 같은 프로그램을 10번 정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10번 정도 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전에는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투어는 상상도 못했다.”

-무대에서는 본능적으로 판단해서 연주하나. 음색에 대한 감각 같은 건 연습으로 얻을 수 있는 거 아닌듯 하다. =
“연습으로 된다. 연습으로 웬만한 건 다 된다. 오히려 테크닉이 안되는 것 같다. 기술적인 건 오히려 타고나는 것 같다. 누구든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데 얼마나 힘들게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프로코피예프를 좋아하지만 소나타 7번이 어렵게 느껴진다. 거친 소리를 내야겠다는 걸 아는데 그게 쉽게 되진 않는다. 프로코피예프 6ㆍ7ㆍ8번 소나타는 어두우면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야 하는데 힘들다. 내가 항상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어려서부터 추구하고 노래를 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프로코피예프는 노래하고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진다.”

JTBC의 클래식 음악 콘텐트인 고전적하루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JTBC]

JTBC의 클래식 음악 콘텐트인 고전적하루에 출연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JTBC]

굉장히 미묘한 차이에 대해 예민한 듯하다.

“좀 완벽주의자라서 음반 녹음하기도 힘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곡을 한번에 쳐서 녹음하는 원테이크로 갔다. 정말 힘들었다. 드뷔시 ‘영상’ 몇 곡과 ‘기쁨의 섬’ 빼고는 다 한번에 녹음했다.”

보통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다른 녹음에서 따와서 편집하지 않나.

“쇼팽 발라드를 녹음할 때 느낀 건데 발라드 1번을 30번 정도 쳤다. 다 들어봤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 부분을 다른 테이크로 들어보면 흐름이 안 맞았다. 다른 식으로 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뷔시할 때는 웬만하면 원테이크로 가자고 생각했다.”

이번 드뷔시 앨범에서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은 뭐고 몇번이나 쳤나.

“내 성격이 좀 이상하다. 치다가 중간에 틀리면 그냥 버리고 끝까지 안 쳤다. 그래서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곡이 힘들었다. 드뷔시 ‘영상’ 1권 3번 움직임은 100번 정도 했던 것 같다. 녹음은 그래도 만족할 때까지 해야된다. 녹음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 있는 곡이고 만족스럽게 하려고 녹음 하는 거니까. 협주곡 녹음은 오히려 더 쉬웠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 근데 독주는 더 어려웠다. 음악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다. 꼼꼼한 성격도 아닌데 음악할 때만 꼼꼼하고 완벽주의자처럼 변한다.”

최종적으로는 만족스러웠나.

“당시에는 만족스러웠는데 프로듀서가 보내주면 또 만족스럽지가 않다. 한번 쫙 들어보니 마음에 드는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이 있었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듣지를 않는다. 이번 앨범에서는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자신만의 소리와 해석은 어떻게 찾나.

“중고등학생 정도까지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들과 다르게 치는 게 개성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한 나만의 목소리는 어떻게 해서든 나온다. 그래서 개성에 신경을 안 쓴 지 꽤 됐다. 나만의 해석을 보여주겠다는 생각 보다는 악보를 딱 보고 생각나는 대로 친다.”

건반을 두드리는 시간보다 악보보며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은 듯하다.

“연습을 그렇게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친구들이 내숭이라고 하지만…. 사람마다 맞는 연습량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너댓시간 이상하면 힘들고 집중도 안된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연습 안 할 때는 악보를 보고 고전ㆍ낭만 곡은 여기에서 포인트를 줬구나 하고 깨닫는다. 음악도 듣는다. 사실 음악을 연구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그냥 누워있고 배고프면 밥 먹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냥 보기에는 더 이상 추구할 목표가 뭘까 싶다.

“베를린필과 연주가 확정되고 나서 카네기홀에서 재초청을 받았다. 2018-19 시즌에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또 한다. 베를린필과 연주한 후 경력 면에서 내 위치가 완전히 바뀌고 연주 제의가 정말 많이 들어왔다. 신기했다. 문제는 지휘자다. 더 좋은 지휘자를 만날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좋은 지휘자가 자극이 되나.

“지휘자의 리허설 보는 것을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지휘자들의 리허설을 찾아서 만날 본다. 아르농쿠르, 카라얀, 클라이버가 리허설 하는 게 재미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원하는지 본다.”

지휘자가 될 생각도 있나.

“지휘는 하고 싶지만 지휘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10년,20년 후에 모차르트 협주곡 정도는 지휘하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악단을 맡아서 하고 싶진 않다. 그릇이 안되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레퍼토리를 늘릴 생각인가.

“사실 작곡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한번은 A부터 Z까지 작곡가 이름을 나열해봤는데 20명 미만 정도였다. 바흐로 시작해서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드뷔시…. S는 좀 많아서 슈만, 슈베르트. 그래도 20명이 채 안됐다. 피아노 곡은 많지만 작곡가는 별로 없다. 그러니까 다 해야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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