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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샷] 15년 운영해온 동네사랑방 24시간 편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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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내 인생의 다섯 컷(45) 이호진

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특별합니다. 신생아 100만명 시대 태어나 늘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고교 입시 때 평준화, 30살에 88올림픽, 40살에 외환위기, 50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도성장의 단맛도 봤지만, 저성장의 함정도 헤쳐왔습니다. 이제 환갑을 맞아 인생 2막을 여는 58년 개띠. 그들의 오래된 사진첩 속 빛바랜 인생 샷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무용을 담당하셨던 박향숙 선생님이었다. 나는 어려서 할머니와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처음 보았다. 아버지는 가끔 오셔서 과자도 사 주시고 공납금도 내주시고 하셨는데 엄마는 장사하느라 바빠 못 오셨다.

공부는 기초가 없어서 못 하는 편이었는데, 성격은 활발하고 활동적이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학교생활을 했다. 중3 때 학군제 무시험 추천으로 고등학교를 배정받게 됐는데, 나는 야간 여상 원서를 썼다. 그때 선생님께서 '왜 야간을 가느냐'고 하시며 원서를 써 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일 때 경치 좋은 곳 찾아다니며 친구들하고 찍은 사진이다. 졸업하고 10년 뒤에 학교 정문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었는데, 물거품이 되어 버린 지 몇십 년이 지나버렸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은 연락이 안 되지만 보고 싶다.

누가 보아도 옛날 흔한 포즈의 추억 속에 책가방 들고 찍은 사진이 새롭기만 하다. 지금 아이들이 보면 촌스럽다고 보지도 않을 텐데, 그때 우리는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항상 쫑알쫑알 즐거웠다.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뭐든지 다 이뤄질 것만 같았다.

우등상은 못 받았어도 12년 근면·성실하게 결석 한 번 없이 개근상을 받았다. 한 번쯤은 아프다고 거짓말해서 학교도 빠지고 친구들과 추억도 쌓으면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미련하게 12년 학교생활을 너무 열심히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노원구 공릉동에 있던 신일산업 CS에 근무했던 모습이다. 공릉동에 있다가 수원 반월 공단으로 회사가 이사가 거기까지 관광버스로 출퇴근했다. 인생에 정답공식처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사회생활 3년 한 뒤 1981년 5월에 결혼했는데 뒤돌아보니 허망하기도 하다.

지금은 중학교 밑에서 편의점을 하는데 교복 입고 편의점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나의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는 나뭇잎만 떨어져도 친구들이랑 까르르 웃었는데, 같이 웃던 친구들이 몹시 그립다. 가정 형편상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많이 없는 게 지금도 후회가 많이 된다.

이 세상에서 나만 아들 낳은 것처럼 아무것도 안 보이고 우리 아들만 최고인 줄 알고 살았던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얻은 첫아들이자, 부모님께서도 처음으로 안아 보는 손자여서 많이 예뻐하셨다.

모르는 것 다반사인 어미를 엄마라고 따르는 걸 보면서 나 자신이 엄마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떤 게 정답인지도 모르고 그냥 시간이 지나 세월이 흐르니 자식들도 성인이 되고 철없던 엄마도 노인이 되어 간다.

2017년은 대소사를 많이 치러 기억에 남는 한해였다. 지난해 9월 82년 개띠 아들이 결혼했다. 12월에는 6남매 버팀목이셨던 아버지께서 94세의 연세에 돌아가셨다.

사진은 지난해 82년 개띠 아들이 결혼하는 날 찍은 가족사진이다. 아들 부부는 아들의 외숙모 소개로 만났다. 개띠 아들은 손재주가 좋아서 용접 기능장 국제수중용접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그 분야 기술로 성실하고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며느리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생활하는 모범 선생님이다. 딸은 공대를 장학생으로 성실하게 대학교 생활을 마치고 한 직장에서 수년 간 모범사원으로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아기 때부터 시장에서 장사해서 제대로 챙겨 주거나 보살펴 주지 못했는데, 다행히 아들딸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 줘서 감사하다. 아들딸 둘 다 근면 성실해서 지각·결석 한 번 없이 12년 개근상장을 받았다. 장사하면서 돈 벌어 저축하고, 자식도 건강하게 사회에서 본인들의 몫을 잘 해나가는 거 보면 나의 삶도 괜찮은 인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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