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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더 늦기 전에 깨워볼까? 모터사이클 질주 본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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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1)

16세에 ‘대림 핸디50’으로 입문한 국내 첫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전문시승기자.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모터사이클이 있지 않나? 겁부터 나겠지만 배워서 알고 타면 안전하다. 나에게 맞는 ‘애마’는 어떤 것일까? 주행 기술은 뭘 배워야 할까?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금부터 검증받은 실전 전문가가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 주>

모터사이클이 단순히 위험하기만 한 물건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중앙포토]

모터사이클이 단순히 위험하기만 한 물건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중앙포토]

모터사이클 하면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보자. 경험해 보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은 역시 ‘위험’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모터사이클은 위험하다. 나 역시 젊은 시절 패기 하나만으로 무서운 거 모르고 질주에만 몰두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당연히 무모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모터사이클이 단순히 위험하기만 한 물건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험한 건 많다. 자동차도 위험하고, 불도 위험하고, 물도 위험하다. 문제는 그 위험을 어떻게 제거하고 피해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터사이클이 정말 단순히 위험하기만 한 물건이라면 국가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모터사이클은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선 필요한 운송수단이다. 주차문제, 도로 파손과 도로 증설문제, 차량정체에 속절없이 낭비되는 에너지, 출퇴근 전쟁 같은 지옥철에 해답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살아있는 복.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도 좋지만 치명적인 독이 있는 생선. [중앙포토]

살아있는 복.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도 좋지만 치명적인 독이 있는 생선. [중앙포토]

미식가가 좋아하는 복어 얘기를 해보자. 복어는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도 좋은 고급 생선에 속한다. 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독이 있다. 지금까지도 이 독에는 해독제가 없다. 그래서 국가가 공인하는 전문 조리사만 복요리를 할 수 있다.

이 위험스럽고도 치명적인 맛을 지닌 복어가 묘하게도 모터사이클과 닮았다. 모터사이클도 정서적, 경제적으로 무한한 자유와 기쁨을 선사하는 맛있는 재료지만 복어 못지않은 독도 있다. 바퀴가 두 개라는 것과 신체가 외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위험하다고 복요리 안 먹나?

인간의 역사에서 복요리를 포기하지 않고 즐길 수 있었던 건 복어의 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지 잘 아는 전문조리사를 양성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터사이클에도 복어의 독처럼 위험 요소들이 숨어 있다. 앞으로 맛있는 운송수단인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안전하게 손질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울 것이다.

실수로 복어의 독을 삼키기라도 하면, 불행하지만 해독제가 없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에 숨어있는 독은 노력 여하에 따라 강력한 예방접종이 될 수는 있다.

대한민국에서 한 번이라도 모터사이클 주행을 해본 사람의 99%는 학교운동장에서 동네 형에게 배우거나, 혹은 독학으로 접한다. [사진 pixabay]

대한민국에서 한 번이라도 모터사이클 주행을 해본 사람의 99%는 학교운동장에서 동네 형에게 배우거나, 혹은 독학으로 접한다. [사진 pixabay]

“이게 스로틀(엑셀)이고 이게 브레이크야, 이게 기어고, 이게 클러치야. 자 이제 한번 살살 당겨봐.” 대한민국에서 한 번이라도 모터사이클 타 본 사람의 99%는 학교운동장에서 동네 형에게 배우거나, 혹은 넘어지고 다치며 독학으로 모터사이클을 처음 접한다. 불행하게도 모터사이클을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도 거의 없다. 그리고 이렇게 터득한 어설픈 주행 기술은 필연적으로 사고와 연결된다.

현재 모터사이클을 타든 안 타든 성인 남자 99%의 기억 속에는 모터사이클에 대한 기억이 한 번쯤 있을 거다.

처음 모터사이클을 배울 때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이런 과정이다. 조금 더 진전되면 고만고만한 친구들과 모터사이클 여행을 다닌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여행 이야기는 대부분 큰 부상과 장애진단, 사망이란 부정적인 것으로 채워진다. 그러다 무서워서 모터사이클을 헐값에 팔아버리고 다시는 모터사이클을 쳐다도 안 본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기에 십상이다.

그렇게 대부분 남자의 머릿속에 ‘모터사이클 = 위험한 물건’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는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겠다. “정작 한 번이라도 제대로 라이딩을 배워보기는 했는가?” 아마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쉽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금 40년째 반복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위험요소가 줄어든다면 누구나 모터사이클을 타고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사진 pixabay]

위험요소가 줄어든다면 누구나 모터사이클을 타고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사진 pixabay]

만약 모터사이클을 체계적으로 배워 위험요소가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잠재돼 있던 질주 본능이 언제까지 숨어 있기만 할까? 감히 말하지만 남자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모터사이클이 어느 구석엔가는 자리를 잡고 있기 마련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목적은 없다. 단지 달리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세상사 모든 사사로운 일상은 가르는 바람 뒤로 날려간다. 이런 것이 스피드에 빠져드는 이유일 것이다. 바닷가 시원한 도로를 사랑하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해보라. 인생을 살면서 꼭 한번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처음 모터사이클을 만나 달렸을 때 느낀 것은 해방감이었다. 빽빽하게 짜여있는 시간표, 남을 밟아야만 내가 살 수 있다고 가르치는 세상, 먹고 살기 위한 내일의 불안감은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데 모터사이클만큼 좋은 것이 없다.

스트레스 날리는 데 최고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달리고 있을 때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자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신의 버킷리스트에 모터사이클이 있다면 필자를 믿어라. 28년 넘는 시간 동안 라이딩을 해왔지만 사지 멀쩡하게 잘살고 있다. 뭔가 노하우가 있으니 그동안 멀쩡히 즐거운 주행을 하고 있지 않겠는가?

[더,오래]에 모터사이클 연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현재의 운전자와 앞으로 주행을 꿈꾸고 있는 독자에게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본격적인 모터사이클 이야기를 풀기에 앞서 먼저 살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모터사이클 환경이다.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는 유럽에서처럼 단계적인 순서를 밟지 못했다. 자전거-모터사이클-자동차의 순서가 아닌 단기간 고도성장으로 중간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모터사이클이 생략되어 버린 것이다.

모터사이클 문화나 환경은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모든 도로교통의 운영과 행정, 발전은 오직 자동차만을 위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40년 넘게 모터사이클은 항상 애물단지 신세였다.

자동차 면허의 별책 부록?

위험 방지를 위해 국내의 모터사이클 환경과 면허 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중앙포토]

위험 방지를 위해 국내의 모터사이클 환경과 면허 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중앙포토]

위험하다고 꺼리면서 정작 모터사이클에 대한 면허, 교육, 관리체계는 엉망이었고, 지금도 엉망이다. 특히 국내 모터사이클 면허 체계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실제 도로주행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험을 통과하면 시속 300km 이상을 질주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바로 사서 합법적으로 도로에 나갈 수 있다.

완전히 다른 조종 장치와 운전경험이 필요한 모터사이클 주행은 배기량이 적다는 이유로 자동차 면허를 따면 별책부록으로 허가해준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2종 소형 운전면허 학원 교육은 더욱 가관이다. 매뉴얼 바이크(수동기어)로 교육을 받은 운전자 중 변속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얼마든지 해외에 훌륭한 벤치마킹 사례가 있음에도 대한민국 행정은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모터사이클 주행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런 사항부터 숙지하고 시작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모터사이클 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런데도 달려보자. 자신에게 맞는 모터사이클 고르는 법부터 알려드리겠다.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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