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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30대 아시아 선수...이승훈 1만m 도전의 위대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에서 대한민국 이승훈(오른쪽)이 레이스를 마치고 보프 더 용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에서 대한민국 이승훈(오른쪽)이 레이스를 마치고 보프 더 용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 출전한 이승훈(30)이 12분 55초 54의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장거리 간판인 이승훈이지만 그에게도 1만m는 버거운 종목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는 빙상의 마라톤이라 불린다. 약 13분간 쉬지 않고 얼음을 지쳐야 하는데, 마라톤처럼 체력 소모가 심하다. 다리 근육에 경련이 오기 쉽고, 심할 경우 탈진 증세가 따라오기도 한다. 경기 직후 몸무게가 2~3㎏씩 빠지는 경우도 있다. 워낙 힘든 종목이다 보니, 그 여파가 다른 종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동계올림픽 1만m 출전권을 따고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이승훈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10,000m를 뛰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이들은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매스스타트에만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나이 문제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승훈은 올해 만 30세다. 대표팀 막내 정재원(17)보다 무려 13살이 많다.

체격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유럽권에선 30대 선수를 찾기 쉽다.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요리트베르흐스마(32·네덜란드), 은메달리스트 스벤 크라머 (32·네덜란드), 현 1만m 세계기록 보유자 테드 얀블로먼(32·캐나다)이 모두 30대다. 이들은 모두 이번 평창 올림픽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는 다르다.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 출전한 30대 아시아 선수는 이승훈뿐이다.

그럼에도 이승훈은 평창올림픽 1만m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거리 종목인 남자 1500m의 출전권을 후배 주형준(동두천시청)에게 양보했다. 그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을 강행한 이유는 국내 1만m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는 1만m를 뛰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뛰는 선수가 없다 보니 경기 자체가 무산되기 일쑤다. 그는 자신의 레이스를 통해 많은 빙상 꿈나무들이 희망과 도전 의식을 품길 바라고 있다. 이승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포기하면 한국의 1만m는 사라진다"라며 "나라도 1만m에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가진 인터뷰에서 "기존 나의 1만m 경기에서는 6000m 이후 랩타임이 느려졌다"며 "이번에는 6000m 시작한다는 계획을 했고, 그대로 체력 안배가 잘 돼 마지막에 스퍼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도 잘 나온 것 같다. 순위를 떠나서 기록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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