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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에서 '징역 20년'… 최순실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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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시절 ‘비선실세’로 불리며 막후 권력을 휘둘렀던 최순실(62)씨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앞서 이대 학사 비리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원심이 유지되면 23년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77년부터 박 전 대통령과 친분 #98년 정치 입문 부터 영향력 발휘 #국정농단 핵심 피의자 지목 #원심 확정되면 징역 23년 살아야

법원 안팎에선 최씨와 ‘40년 지기’인 박 전 대통령도 최씨와 혐의의 상당 부분(11개) 겹치는 만큼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1979년 6월10일 ‘1회 새마음제전’개회식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새마음봉사단 총재. 대학생이던 최순실은 이날도 박 전 대통령 곁에서 친분을 과시했다. [중앙포토]

1979년 6월10일 ‘1회 새마음제전’개회식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새마음봉사단 총재. 대학생이던 최순실은 이날도 박 전 대통령 곁에서 친분을 과시했다. [중앙포토]

1976년 구국여성봉사단 수여식에 참석해 깃발을 전달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당시 영애) [중앙포토]

1976년 구국여성봉사단 수여식에 참석해 깃발을 전달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당시 영애) [중앙포토]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고(故)최태민씨의 셋째 딸이다. 최태민씨는 대한구국선교단이라는 봉사단체의 총재였는데 이 단체는 1976년 구국봉사단, 79년 새마음 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꾼다. 구국봉사단에서 활동하던 최순실씨는 77년부터 박 전 대통령과 본격적인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79년 6월 한양대에서 열린 ‘새마음제전’ 행사에서 당시 새마음 전국대학생연합회장이던 최씨는 봉사단 총재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79년 10ㆍ26 사태 이후 두 사람의 사이는 한동안 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씨가 독일 유학을 다녀온 뒤 86년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맡으면서 다시 인연이 시작됐다. 최씨는 89년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국문화재단의 부설연구원 부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90년대에는 몬테소리 교육으로 알려진 초이 유치원을 강남구 신사동에 개원하기도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했을 때부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4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는데 당시 최씨의 남편이던 정윤회(63)씨가 선거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2006년 5월 20일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서울시장 선거 유세에서 '면도칼 피습' 테러를 당했던 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2006년 5월 20일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서울시장 선거 유세에서 '면도칼 피습' 테러를 당했던 박 전 대통령.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서울시장 선거 유세를 지원하던 도중 ‘면도칼 피습 테러’를 당했을 땐 최씨는 병실을 찾아가 직접 간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4일 국정농단 의혹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홀로 살면서 도와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연설문 등을 손봐주는 등 박 전 대통령 곁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건 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다.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의 출연금을 강요하고 딸 정유라(22)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받는 등 ‘비선실세’로 권력을 휘둘러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왔다.

구속 상태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순실씨가 2017년 1월 25일 특검 사무실로 압송되며 고함을 치고 있다. [중앙포토]

구속 상태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순실씨가 2017년 1월 25일 특검 사무실로 압송되며 고함을 치고 있다. [중앙포토]

2월 13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최순실씨. [중앙포토]

2월 13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는 최순실씨. [중앙포토]

결국 최씨는 2016년 ‘태블릿 PC’ 의혹 보도가 나오고,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중심에 섰다. 같은 해 10월 30일 독일에서 한국에 귀국한 뒤 다음날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11월 20일 최씨를 구속기소했다. 이후 최씨의 재판에 출석한 증인만 124명, 재판 횟수 115회, 최씨에게 제기된 혐의도 18개에 달한다.

귀국 당시 ‘죽을죄를 졌다’며 몸을 낮췄던 최씨는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면서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는 자백을 강요했다”고 소리를 지르는 등 수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 검찰의 구형이 이뤄진 결심 공판에선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13일 구속기소 450일 만에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기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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