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 정비하고 소화기 새로 사고…연이은 화재가 가져온 변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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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 방화문에 "화재에 대비해 닫아놓아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송우영 기자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 방화문에 "화재에 대비해 닫아놓아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송우영 기자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18층짜리 대형 건물의 방화문에는 새로운 안내문이 붙었다. ‘방화문 개방 및 고정 금지’라고 쓰인 안내문에는 “화재 발생 시 연기의 침입을 막음으로써 피난 등을 위해 설치된 방화문이니 닫아놓아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평소 편하게 지나다니기 위해 무거운 물건을 방화문에 놓고 닫히지 않게 해놓는 사람들이 있어서 새로 안내문을 붙이게 됐다. 최근 반복되는 건물 화재를 보면서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수십 명의 희생자를 낸 대형 화재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기 주변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늘었다. 점포나 집에 비치할 소화기를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 소방용품 판매점 관계자는 “사람들이 화재와 관련해 쉽게 떠올리고 잘 알고 있는 소방용품이 소화기다. 최근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값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에 대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달라는 고객도 최근 늘긴 했지만, 소화기처럼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작구의 한 소방 용품 판매점에 판매 중인 소화기들이 놓여 있다. 정용환 기자

서울 동작구의 한 소방 용품 판매점에 판매 중인 소화기들이 놓여 있다. 정용환 기자

1년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1만4000원 정도에 팔렸던 3.3㎏짜리 중국산 분말 소화기는 현재 2만4000~2만7000원 선이다. 물량이 적은 국산 소화기는 이보다 1만원 가까이 비싸다. 올해부터 10년이 넘은 소화기는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생긴 것도 소화기 값이 오른 이유 중 하나다.

서울 마포구의 한 리모델링 현장에 공사를 앞둔 스티로폼 자재가 쌓여 있다. 송우영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리모델링 현장에 공사를 앞둔 스티로폼 자재가 쌓여 있다. 송우영 기자

대형 건물에 불이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후 비싸도 불에 안 타는 자재를 찾는 사람들도 생겼다. 현재 공사 중인 서울 서초구의 20층짜리 한 신축 오피스텔은 최근 외부 단열재를 불연재로 바꿔 시공하기로 했다. 착공 당시 스티로폼 단열재를 사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하겠다고 구청에 허가를 받았지만, 설계를 변경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연이은 건물 화재를 보면서 건축주와 상의해 돈이 더 들어도 불에 안 타는 그라스울 단열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12일 말했다.

‘안전’은 대학에서도 관심사가 됐다. 서울대 화학·생명공학과의 김모 교수는 올 초 화학 물질로 실험을 자주 하는 연구실 학생들에게 방독면을 소지하고, 쓰고 벗는 법을 잘 알아두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대학은 화재가 생기면 위험한 물질을 많이 다루는 곳이다. 평소 학생들이 안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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