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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스키 희망' 시마더 "나는 강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케냐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사브리나 시마더. 평창=김지한 기자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케냐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사브리나 시마더. 평창=김지한 기자

 "첫 올림픽이라서 정말 많이 기억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알파인 스키에 출전할 선수 중엔 의미있는 도전을 앞둔 여자 선수가 있다. 케냐 첫 알파인 스키 선수 사브리나 시마더(20)다. 시마더는 13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강풍으로 연기돼 15일에 치러지는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경기를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만난 시마더는 "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나는 강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태어난 시마더는 3세 때 어머니와 재혼한 새아버지를 따라 오스트리아로 건너갔고, 알파인 스키에 푹 빠졌다. 선수의 길로 들어선 그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 꾸준히 출전한 끝에 케냐 최초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늘 표범 무늬 경기복을 입어 ‘눈표범 소녀’란 별명도 얻었다. “아프리카 선수가 무슨 스키냐”는 편견을 깬 그의 사연은 지난해 11월 22일 중앙일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여자 알파인스키에 출전하는 사브리나 시마더. [AFP=뉴스1]

여자 알파인스키에 출전하는 사브리나 시마더. [AFP=뉴스1]

지난 9일 개회식에서 케냐 기수로도 나선 시마더는 "케냐를 대표해 뛸 수 있어서 감사했다.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내 앞에 규모가 큰 캐나다 선수단이 있어서 주눅들까봐 걱정했지만 입장하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뒤, 시마더는 여름에 13주간 산악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올리는 등 평창에서의 시원한 질주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출신 코치진의 도움도 컸다. 시마더는 "오스트리아 코치님들은 늘 좋은 지원과 조언을 해주신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많은 걸 도와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마더는 평창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결정적인 도움도 얻었다. 케냐올림픽위원회는 겨울올림픽까지 선수를 출전시킬 여력이 되지 않았다. 동아프리카에 진출해있던 하나카드가 시마더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나섰다. 하나카드는 시마더와 가족, 지원 스태프, 케냐올림픽위원회 관계자 등 총 10명의 올림픽 기간 체재비용(12만 달러·약 1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시마더는 "케냐엔 겨울스포츠가 없다보니 힘든 점도 있었다. 그때 내 도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한국 기업 덕분에 올림픽을 뛰는 꿈도 이뤘다. 도움을 준 분들에게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케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케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지금까지 온 모든 게 도전이었다"던 시마더는 평창올림픽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쌓고, 그 후에 더 큰 미래를 꿈꿨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좋은 성적' 그리고 '시상대 가장자리에 서는 것'이다. 그는 "첫 아프리카 선수, 케냐 선수로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매 레이스마다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월드컵 최고, 톱이 되겠다. 이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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