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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빗나간 애국심 … 국격 무너뜨리는 사이버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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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3일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최민정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딴 캐나다의 킴 부탱을 향한 한국 네티즌의 사이버 테러가 수위를 넘고 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한글과 영어로 된 욕설과 모욕 등 수천 개의 악성 댓글이 달리자 부탱은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캐나다 언론이 “한국인들이 심판 대신 부탱을 비판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캐나다올림픽위원회와 경찰까지 나섰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우리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캐나다빙상연맹과 보안인력, 캐나다 경찰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방송 CBC의 톰 해링턴 기자도 “캐나다 경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부탱이 받은 살해 협박과 온라인 공격을 조사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의 어두운 면”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부탱에게 가해진 한국 네티즌의 사이버 테러가 국제적 이슈가 된 것이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도 여자 쇼트트랙에서 박승희와 충돌한 영국 엘리스 크리스티를 향한 사이버 테러가 벌어졌다. 크리스티는 당시 “한국인들의 댓글이 너무 무서워 잠을 잘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박승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크리스티에 대해 “착한 친구다. 이번엔 사람들이 너무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툭하면 반복되는 비이성적·반인격적 ‘사이버 테러’는 우리 인터넷 문화의 악습이다. 반대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부터 빗나간 애국심이 빚어낸 악플 테러에 ‘인터넷 조리돌림’ 등이 이어진다.

상당수 네티즌은 악플을 비판하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일부의 비틀린 애국심이 순조롭게 출발한 평창올림픽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올림픽 개최국가로서 이 같은 행태는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