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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도 미투 … 이윤택, 10여 년 전 성추행 인정 “활동 중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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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윤택

이윤택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이윤택(66·사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4일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3년 전엔 국립극단 직원도 성추행 #배우 이명행은 논란 끝 작품 하차

이날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는 “이 예술감독이 반성하며 근신한다는 입장을 전해 달라고 했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수업’을 비롯해 이윤택 연출의 작품 공연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윤택 예술감독의 성추행 전력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미투(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겪었던 일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오구’ 지방공연에 캐스팅됐다. 여관방을 배정받고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안 갈 수 없었다.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자기 성기 가까이에 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작품 ‘오구’와 극단 위치 ‘밀양’을 적어 해당 인물이 이윤택 연출가라는 것을 충분히 암시했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2015년 국립극단의 ‘문제적 인간 연산’을 연출하면서 극단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소문도 사실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극단 관계자는 14일 “당시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해 이후 국립극단 작품에 이 연출가를 배제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했던 이윤택 예술감독은 이후 정부 지원사업에 연이어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로 꼽히기도 했다. 공연계에선 지난 11일 이명행 배우가 성추행 논란으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중도 하차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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