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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내 반김명수 기류? … 부장판사 “사찰 분위기 조성 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특별조사단이 사법부 내에 사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블랙리스트 3차 조사 관련 내부망 글 #우리·인권법 출신 특조단 거론하며 #“특정 학회·성향 불식된 노력 부족” #“더 조사한다고 더 정당해지진 않아” #PC 강제 개봉 위법 가능성도 지적

14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김태규(51·사법연수원 28기)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올린 것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가 정기 인사를 마무리한 직후 현직 판사가 자칫 법원 분위기가 내부 사찰 수준으로 흘러갈 것을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대법원이 지난 12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 구성을 발표하면서 명실상부한 법원 차원의 ‘3차 조사’에 나선 것과 직접 관련돼 있다.

김 부장판사는 “종전 1차(진상조사위원회)나 2차 위원회(추가조사위)와 어떤 큰 차이가 있는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종전보다 더 예측하기 어렵고 두려움의 강도도 더하다”고 썼다.

먼저 조사단 구성에 있어서의 공정성 문제부터 제기했다. 그는 “(조사단에 참여하는) 판사분들이 의중과는 무관하게 특정 학회나 성향으로 분류돼 온 상황에서 이번 인선에 그러한 것들이 충분히 불식됐다고 볼 만한 노력의 흔적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6명의 조사단원 중 김흥준(57·17기)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정재헌(50·29기)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이성복(58·16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등이 ‘우리법 또는 국제인권법 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두 곳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단체다.

조사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한 한계 역시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새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에 조사 대상과 범위, 방법 등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면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김 부장판사는 “검경의 수사도 이러한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저인망식 수사라고 비판하면서 영장의 범위에 대해 그리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법관들의 엄중함이 이번에는 왜 이리도 중심을 잡지 못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영장주의 위반 가능성도 우려했다. 법관들의 PC를 강제로 열거나,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암호파일(760여 개)에 대한 강제 조사가 ‘실정법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굳이 몇 분 안 되는 위원 중에 전산정보관리국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강제 개봉을 천명하고 시작하는구나’ 하는 예측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적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조사의 차수를 더한다고 더 정당해지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법원의 심급이야 상향할수록 법관의 숫자도 늘어나고 법관의 경륜도 더 높아지는 등 그 실질적인 권위가 더해지고 여기에 법률에 의한 근거도 마련돼 있다”며 “그러나 1, 2, 3차 위원회는 그 위원의 숫자나 구성 방식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고 법률에 후위 차수의 조사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할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둘러싼 논의·조사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1년여 전 인권법연구회에서 ‘인권’이 아닌 ‘사법 개혁’을 주제로 학술토론을 한다길래 그 순수성에 다소 의문을 가졌다”며 “이후 블랙리스트로 관심이 옮겨졌고 결국 ‘원세훈 재판 결탁 의혹’이라는 이슈로까지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안을 조사하는 활동이 왜 ‘사찰’로 비춰지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댓글을 달았다. 일각에서는 “블랙리스트 논란이 사찰 시비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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