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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력 남달랐던 성빈아! 꿈과 희망을 위해 달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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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3월 평창 스켈레톤 월드컵 때 만난 김영태 교사(왼쪽)와 윤성빈. [사진 김영태 교사]

지난해 3월 평창 스켈레톤 월드컵 때 만난 김영태 교사(왼쪽)와 윤성빈. [사진 김영태 교사]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24·강원도청)이 출격을 앞뒀다. 윤성빈은 1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 2차 주행 경기를 펼친다. 이튿날인 16일 3, 4차 주행까지 더해 네 차례 주행 기록을 합산한 뒤 기록이 가장 빠른 선수가 금메달을 딴다. 윤성빈은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교 스승 김영태가 본 ‘아이언맨’ #제자리 점프로 농구골대 림 잡아 #썰매 테스트 받던 날 상비군급 평가

윤성빈은 고교 3학년이던 2012년 7월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이 생소한 운동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체육교사였던 김영태(59·관악고 교사) 선생님의 힘이 컸다. 당시 신림고에서 체육을 가르쳤던 김 교사는 윤성빈의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고 스켈레톤을 해 보라고 권유했다.

김 교사는 “고교 1학년 때 윤성빈을 가르쳤던 체육 선생님이 ‘운동 능력이 남다른 친구가 있다’면서 성빈이를 소개했다”며 “2학년 2학기 때부터 내가 맡고 있던 체대입시반에 등록해 운동하라고 권했다. 그게 성빈이와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윤성빈을 스켈레톤 선수로 이끈 서울 관악고 김영태 교사. 김지한 기자

윤성빈을 스켈레톤 선수로 이끈 서울 관악고 김영태 교사. 김지한 기자

김 교사는 특히 윤성빈을 가르치면서 그의 탁월한 운동신경에 깜짝 놀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100m 달리기를 시켰더니 다른 친구보다 10m 뒤에서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았다. 제자리 점프를 시켰더니 3m가 넘는 농구 골대 림을 어렵지 않게 잡았다”고 했다.

윤성빈에게 그때 운명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겨울올림픽 모든 썰매 종목(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에 출전했던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가 썰매 유망주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김 교사가 떠올린 게 바로 윤성빈이었다. 김 교사는 집에서 자고 있던 윤성빈을 불러낸 뒤 강 교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달리기와 투포환 등을 시켰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강 교수는 “이 정도면 국가대표 상비군급”이라며 무릎을 쳤다. 이후 강 교수의 지도를 받은 윤성빈은 같은 해 9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윤성빈이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불과 두 달 만이었다.

윤성빈을 스켈레톤 선수로 이끈 서울 관악고 교사 김영태 교사. 김지한 기자

윤성빈을 스켈레톤 선수로 이끈 서울 관악고 교사 김영태 교사. 김지한 기자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위험한 운동을 하는 걸 탐탁잖게 여겼다. 더구나 스켈레톤은 국내에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운동이었다. 김 교사는 “하루는 성빈이의 어머니가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 같아서 운동을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그때 나는 ‘어머님,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며 “그 이후 성빈이가 피나게 노력한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비시즌마다 김 교사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한다. 관악고로 옮긴 김 교사의 책상 한 켠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윤성빈의 화환 리본이 붙어 있다. 김 교사는 설날인 16일 제자 윤성빈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평창을 찾을 계획이다. 김 교사는 "성빈이는 운명이 타고났다. 평창올림픽 덕에 썰매 종목이 컸고, 성빈이도 일취월장해 이 순간까지 왔다"면서 "썰매에서 그동안 몰랐던 희망을 성빈이가 보여줬으면 좋겠다. 꿈과 희망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정상에 있을 때 많은 생각을 갖고 미래를 가꾸라. 올림픽 후엔 외국어 공부 같은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좀 더 투자하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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