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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올림픽 첫 골 … 주인공은 하버드 출신 그리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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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랜디 희수 그리핀(왼쪽)이 2피리어드에서 골을 넣은 뒤 캐롤라인 박(아래), 김희원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하버드대 출신 귀화선수인 그리핀은 1937년생인 할머니를 위해 37번을 달고 뛰었다. [오종택 기자]

랜디 희수 그리핀(왼쪽)이 2피리어드에서 골을 넣은 뒤 캐롤라인 박(아래), 김희원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하버드대 출신 귀화선수인 그리핀은 1937년생인 할머니를 위해 37번을 달고 뛰었다. [오종택 기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다. 하버드대 출신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희망을 쐈다.

여자아이스하키 일본전서 1대 4 #중간 이름 ‘희수’는 어머니 이름 #한국인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 극진 #올림픽 전 ‘HALMONY’ 유니폼 선물 #두 팀, 순위결정전 2경기 남겨둬

세라 머리(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한국 22위·북한 25위)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세계 9위)과의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예선 B조 3차전에서 1-4(0-2, 1-0, 0-2)로 졌다. 0-2로 뒤진 2피리어드 9분31초, 그리핀이 슛한 퍽은 일본 골리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앞서 단일팀은 스위스와 스웨덴에 각각 0-8로 대패를 당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일본에 지면서 3전 전패로 예선을 마쳤다. 일본은 2연패 뒤 첫 승을 거뒀다. 일본이 세 번째 올림픽에서 거둔 첫 승이기도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이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첫 골이 터지자 소리치고 있다. 첫골의 주인공은 랜디 희수 그리핀. [뉴스1]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이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첫 골이 터지자 소리치고 있다. 첫골의 주인공은 랜디 희수 그리핀. [뉴스1]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은 일본에 철저히 눌렸다. 일본과의 상대 전적은 7전 전패. 그동안 1골을 넣고, 무려 106점을 내줬다. 2007년에는 0-29로 참패를 당했다.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 등록선수는 2587명인 반면 한국은 319명에 불과하다.

머리 감독은 게임엔트리 22명에 북한선수 4명을 기용했다. 2~4라인에 김은향·황충금·정수현·김향미를 넣었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 1분7초, 3분58초에 연속 실점했다. 하지만 그리핀이 2피리어드에 만회 골을 뽑아냈다. 일본을 상대로 한국이 6년 만에 뽑아낸 골이었다. 그러나 단일팀은 3피리어드에 2골을 더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이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캐롤라인 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랜디 희수 그리핀이 첫 골을 터트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일본팀을 상대로 1대4로 패했다.[뉴스1]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이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캐롤라인 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랜디 희수 그리핀이 첫 골을 터트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일본팀을 상대로 1대4로 패했다.[뉴스1]

단일팀이 뽑아낸 유일한 골의 주인공 그리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치과의사 부부인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했다. 대학을 마친 뒤 하키스틱을 잠시 내려놓았던 그리핀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기 위해 지난해 특별귀화했다. 미들네임 ‘희수’는 그의 어머니 이름이다.

등번호 37번은 외할머니(김효숙씨)가 태어난 연도인 1937년에서 따왔다. 외할머니가 빙판 위에서 뛰는 손녀의 등번호를 잘 볼 수 있도록 이 번호를 선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할머니에게 영문으로 ‘HALMONY’가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했다. 경기장을 찾은 외할머니 김효숙씨는 “손녀가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운동을 잘했다. 할머니를 극진히 아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예선 3차전 일본 경기에서 패한 남북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오른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조수지. [강릉=연합뉴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예선 3차전 일본 경기에서 패한 남북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오른쪽)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조수지. [강릉=연합뉴스]

이날 북한 응원단 100여 명은 ‘칼군무’를 펼치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한국 관중들은 “이겨라, 코리아”를 외쳤다. 현장에서 관전한 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신무광씨는 “스포츠 교류가 일회성으로 끝난다면 한국 선수들은 정치쇼에 이용당한 셈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한국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단일팀은 승패를 떠나 남북 선수들이 서로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한 번 만난다고 당장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급조된 단일팀이 당장 큰 결과를 낼 순 없다.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남북 사이에 더 많은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릉=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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