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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국내 1호 민속주 ‘산성막걸리’ 내 손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전통방식으로 누룩을 제조하는 금정산성 막걸리를 내 손으로 직접 빚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부산시와 농림축산식품부, 금정산성 막걸리가 모두 13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2월 부산 금정구 산성로에 문을 연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지금까지 500여명이 다녀갔다. 식품명인인 유청길 금정산성 대표는 “500년 전부터 전해오는 막걸리 제조 방식을 후대에 계승하기 위해 체험장을 열었다.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 보면 우리 막걸리가 얼마나 좋은 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3억 투자해 지난해 12월 체험장 개설 #누룩·막걸리 직접 만들고 가져갈 수 있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찾은 체험장은 막걸리 택배 주문을 보내는 손길로 분주했다. 체험장 인근에 있는 막걸리 공장에서는 막걸리 포장이 한창이었다. 평소 하루 8000병 정도 생산한다. 이날은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2만병을 생산했다.

마을 주민들이 호밀에 물을 부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을 누룩판에 담고 있는 모습. 이은지 기자

마을 주민들이 호밀에 물을 부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을 누룩판에 담고 있는 모습. 이은지 기자

체험장은 상시로 운영되며 5명 이상 신청하면 누구든지 원하는 시간에 체험해 볼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견학, 누룩빚기, 막걸리빚기 3가지로 구성돼 있다. 1시간 동안 막걸리 박물관에서 제조 과정과 원리를 설명 듣고 막걸리를 시음해보는 견학 프로그램은 무료다.

전통방식으로 누룩을 빚는 체험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조장에서는 종균을 쌀에 입혀 배양한 쌀알 누룩인 입국(粒麴)을 넣어 막걸리를 만들지만, 금정산성은 호밀로 빚은 전통 누룩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참가자는 30분 동안 호밀을 치대서 전통 누룩을 만들고, 발효를 위해 누룩방에 넣는 과정을 직접 해 볼 수 있다. 만든 누룩에 이름표를 붙여 놓기 때문에 2주 뒤 발효가 되면 가져갈 수도 있다. 참가 비용은 1만원이다.

막걸리빚기 체험은 4시간이 소요된다. 빻은 전통 누룩에 고슬밥과 물을 부어 막걸리가 제조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만든 막걸리는 집으로 가져가 일주일 뒤 마실 수 있다. 비용은 1만5000원이다.

식품명인인 유청길 금정산성 대표가 누룩방에서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식품명인인 유청길 금정산성 대표가 누룩방에서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전통 방식으로 누룩을 만드는 과정은 고되다. 호밀에 뜨거운 물을 붓고 30분 이상 쉬지 않고 발로 밟아야 한다. 10분만 지나도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체력 소모가 심하지만, 기계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500년 전 제조 방식 그대로 만들어야 전통 막걸리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호밀을 30분간 치대면 탄력이 생기고 뭉쳐진다. 뭉친 호밀을 피자 모양으로 만든 뒤 누룩 방에서 2주간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때 40~50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막걸리 맛이 균일하다. 2주 지난 누룩은 노란빛이 돈다. 황국균(곰팡이)이 폈기 때문이다. 이 곰팡이가 막걸리의 과일 향을 나게 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전통 누룩을 빻아서 고두밥과 섞고 금정산 암반수와 함께 항아리에 담아두면 일주일 뒤 막걸리가 된다.

마을 주민들이 막걸리의 재료를 만들기 위해 찐 고슬밥에 전통 누룩을 섞고 있다. 이은지 기자

마을 주민들이 막걸리의 재료를 만들기 위해 찐 고슬밥에 전통 누룩을 섞고 있다. 이은지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는 누룩, 고두밥, 물 외에 어떠한 첨가제도 넣지 않기 때문에 단맛이 거의 없다. 달달한 막걸리 맛에 길든 20~30대 젊은 층에는 생소한 맛이다. 유 대표는 “요즘 세대들 입맛에 맞춰 달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며 “본연의 막걸리 맛을 즐기는 중장년층을 위해 전통방식 그대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말했다.

금정산성 막걸리 도수는 8도로 다른 막걸리보다 1~2도 높다. 198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통 민속주 제도를 만들 때 민속주의 도수를 8도로 명명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산성 막걸리를 즐겨 마시던 박 전 대통령이 밀주 형태로 생산되던 산성 막걸리를 양성화하기 위해 민속주 제도를 만들었다”며 “산성 막걸리는 민속주 1호이며 민속주 가운데 유일한 막걸리”라고 설명했다. 허가 당시 산성마을 주민 150여 명이 계좌당 5만 원씩 288계좌, 자본금 1400여만 원을 출자해 ‘금정산성 토산주’라는 이름으로 유한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식품명인인 유청길 금정산성 대표가 막걸리가 발효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식품명인인 유청길 금정산성 대표가 막걸리가 발효되는 과정을 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유 대표가 60년 동안 누룩을 빚어온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은 것처럼 아들 역시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현재 일본 벳푸대학에서 발효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유 대표가 정부 지원 3억원과 자비 10억원을 투자해 체험장을 만든 것도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해 막걸리를 세계적인 술로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막걸리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무다”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 고유의 막걸리 맛을 유지해 세계적인 술로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금정산성 막걸리 제조 공장에서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은지 기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금정산성 막걸리 제조 공장에서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은지 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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