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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눈 오면 닫히는 제주 하늘길, 신공항이 해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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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잦아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올겨울, 유난히 더 힘겹게 보내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공항이다. 연일 제주에 내리는 폭설로 인해 하늘길이 자주 닫혀 오랜만에 겨울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은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제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공항에서 모포와 매트에 의지해 기나긴 겨울밤을 보내야만 했다.

1개 뿐인 활주로 차단하고 제설 #하늘길 막히면 제주 전체가 고립 #공항 폐쇄 막을 근본적 대책 절실 #소통으로 제2공항 문제 풀어가야

지난 2016년 제주공항 폭설로 대규모 결항사태가 발생한 이후 정부와 한국공항공사·제주도는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해 승객 수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제주를 제때 떠나지 못하는 여객을 위해 구호조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올겨울 급격한 돌풍과 폭설로 인해 초래된 제주공항의 연이은 폐쇄 사태를 볼 때 구호조치도 중요하지만 공항 폐쇄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공항의 활주로가 2개라면 1개씩 교대로 제설작업을 하면서 지연 또는 결항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공항은 사용할 수 있는 활주로가 1개뿐이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눈이 내리면 활주로를 차단한 채 제설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사이 항공기 운항은 전면 통제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활주로 신설 등 공항 확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공항에 활주로를 추가하려면 바다를 매립해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사업비가 들어가는 데다 해양 환경파괴 우려와 공사 중 혼잡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별도의 공항을 만드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하늘길이 막히면 지역 전체가 고립을 피하기 어렵다. 겨울은 바닷길도 험해 배를 이용한 이동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제주의 하늘길을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넓히는 것은 오랜 과제였다.

시론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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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렵게 마련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최근 여러 갈등 양상을 보이며 앞으로 진전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제주 제2공항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지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 공항 건설로 인한 오름과 동굴 훼손 우려, 공항에 군사 시설 입주 우려 등을 제기한다.

이처럼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는 사실관계를 꾸준히 지역주민에게 설명해왔다. 또 기존 용역 결과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을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 전문기관의 검토 과정과 결과를 지역주민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 오해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할 점은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정부와 지역주민 간에 열린 마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른 국책사업들과 달리 종전의 ‘입지선정 용역’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절차적 투명성을 더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첫 발걸음이어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는 찬성과 반대를 떠나 공항 인프라가 제주 지역에서 갖는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항이 왜 필요한지, 공항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각자 목소리를 높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하고 다른 목소리 속에서도 중요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안전, 환경 보호, 이동권 보장 등이 일치하는 가치들이다. 제주 제2공항이 결정되고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이같은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의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이 조만간 시작된다. 현재 제주의 항공교통 이용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폭설·돌풍에 따른 결항으로 이용객의 발이 묶이는 사태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활주로 포화와 관제 처리용량 한계 등에 따른 사고 위험성도 존재하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이런 불편과 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을 포함해 모든 국민과 함께 앞으로의 추진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한 발전적인 토의도 이어가야 한다. 공항건설을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공항은 백 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중요한 교통 인프라 시설이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을 충실히 검토·반영하면서 꼼꼼히 사업을 진행해야 할 사업이다. 제주 제2공항을 통해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국민의 안전한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론이 모아지길 바란다.

김연명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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