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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이 장악한 김명수 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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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법원이 13일 발표한 법관 정기 인사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중 다수가 법원 요직에 발령받았다. 이 모임을 주도해 온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 이동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성복 부장판사는 지난해 사법개혁을 주장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장이었고, 최 부장판사는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며 사직 의사를 표명했던 법관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인권법연구회 초대와 2대 회장이었고,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이 연구회 출신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고위 법관 인사 때도 이 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기획조정실과 윤리감사관실의 심의관 자리 세 개와 공보관 자리를 맡았다. 지난해에 임명된 법원행정처의 인사총괄심의관도 이 연구회 회원이다. 최근 임명된 서울중앙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은 이 연구회 소속은 아니지만 유사한 개혁 성향의 법관 모임이었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우리법 소속이었던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됐다. 그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때 법원 규정을 어기고 동료 법관의 판결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징계를 받았다.

이 같은 인사로 사법행정의 중추인 법원행정처와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주요 ‘화점’에 두 연구회 측 법관을 앉히는 포석이 거의 완성됐다. 그 자리에 있던 보수 또는 중도 성향의 판사들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일부는 사직서를 내고 법원을 떠났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에서 법관 독립성 보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정권과 대법원장이 바뀌자 특정 성향의 판사들이 주요 재판과 법원 행정을 좌우하는 자리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곳에서 어떻게 법관의 독립성이 보장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