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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로 막힌 中 개미투자자, 주중 美대사관 SNS에 몰려가 시진핑 비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41 748”
언로가 막힌 중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주 중국 미국 대사관이 운영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댓글이다. 중국의 주식시장 감독기구인 중국증권감독위원회 류스위(劉士余·58) 주석을 비난한 욕설이다. 13일 오전 현재 ‘좋아요’가 1732개나 달릴 정도로 반향이 뜨겁다. 류스위 주석의 이름과 “죽어버려(去死吧·취쓰바)”라는 욕설과 발음이 비슷한 641(六四一·류쓰이)와 “748(七四八·치쓰바)”로 해음(諧音)한 중국식 해학이다.

주중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에 올라온 브랜스태드 대사의 설 인사 동영상. 주가 폭락과 관련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1만여 건의 댓글이 올라온 뒤 댓글 기능이 닫혀있다. [사진=웨이보 캡처]

주중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에 올라온 브랜스태드 대사의 설 인사 동영상. 주가 폭락과 관련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1만여 건의 댓글이 올라온 뒤 댓글 기능이 닫혀있다. [사진=웨이보 캡처]

미국 대사관 SNS가 최근 중국 증권 감독 수장을 비난하는 중국 개미 투자자들의 댓글 수만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꽉 막힌 중국 언론 환경과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이 맞물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 대사관 웨이보 마저 댓글 기능을 폐쇄하면서 미·중 외교 분쟁 소지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게 신시대냐” 비난에 대사관 SNS 댓글 폐쇄 #中 외교부 답변 거부…미·중 외교 분쟁화 촉각

댓글 게재 기능이 폐쇄된 문제의 포스트는 테리 브랜스태드 미국 대사가 춘절(春節·중국식 설)을 맞아 지난 8일 올린 동영상 포스트다.
13일 정오 현재 200만 뷰, 퍼가기 4598건, 댓글 1만 건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댓글은 볼 수도 달 수도 없다.
미국의 소리(VOA)는 12일 “중국 SNS에서 고위 관리 비평은 금지된다. 월요일 오전 미국 주중 대사관 웨이보 계정의 댓글 기능이 막힌 상태지만 대사관 대변인은 미국 주중 대사관 SNS 사용 규칙에 어긋난 댓글 몇 개를 삭제한 것 외에 댓글 기능을 폐쇄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주중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 [사진=웨이보 캡처]

주중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에 올라온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네티즌의 미국 대사관 SNS 점령 사건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사진=WSJ 캡처]

중국 네티즌의 미국 대사관 SNS 점령 사건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사진=WSJ 캡처]

댓글 폐쇄 논쟁은 12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장까지 번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중국 정부가 댓글 기능을 폐쇄했냐는 질문에 겅솽(耿爽) 대변인은 “미국 대사관에 문의해라. 그들이 책임지는 웨이보 계정”이라며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비난 댓글이 쇄도하자 미국 대사관은 12일 긴급 통지를 올렸다. “미국 주중 대사관 SNS의 목적은 중국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미국의 지식·문화·국내외 정책과 미·중 관계를 알리는 것”이며 “중국 대중이 비공식, 민간 방식으로 미국 주중 대사관에 정보와 코멘트,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비판적 토론과 변론을 기대하며 여기에는 미국 정책에 대한 지지와 비판도 포함된다. 우리는 여러분의 댓글을 환영한다”며 “하지만 개인이나 단체를 위협하거나 악의적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사전 선별이나 기타 방식으로 댓글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사관이 댓글 폐쇄 조처를 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네티즌은 이 통지문에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난의 초점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선언한 “신시대”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13일 현재 중앙일보가 확인한 결과 시진핑 주석을 직접 거명한 댓글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비난의 수위는 높았다.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신시대 사회주의인가. 투자자들은 미국 대사관 웨이보 말고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주식투자자 의화단이 미국 대사관과 전쟁 중, 미국 대사관 패배” “신화사, 인민일보 염치도 없이 민중의 목소리인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 분노한 개미들이 미국 대사관에서 항의하게 한 것은 모두 정부 탓이다.” “이게 어떤 당의 중국 꿈, 신시대인가. 3년에 다섯 차례 주식 대란! 게다가 할 말도 하지 말라고?”

문제의 발단이 된 중국 주가 폭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주 동안 상하이 주가는 지수 3100 사수에 실패하면서 10% 이상 폭락했다.
류스이 증감위 주석은 지난 2016년 2월에 부임했다. 2015년 말 엄중한 주가 폭락과 2016년 1월 말 주가 폭락 이후 전임자가 문책으로 물러나면서다. 1억 명이 넘는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류스이 주석이 이번 주가 폭락에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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