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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적자나도 성과급 지급···전세계 사업장서 한국만 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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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국GM은 왜 군산공장 문을 닫았나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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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럴모터스(GM)가 전라북도 군산시 소룡동에 위치한 한국GM의 군산공장을 완전히 폐쇄한다. 2000여명의 근로자도 5월까지 구조조정한다.

창원·부평공장 대비 생산성 3분의 1 #근로자 일 안해도 임금의 80% 보전 #단체협상 독소조항 영향 #카허 카젬 사장, 향후 추가 구조조정 암시

한국GM은 13일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경영 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GM의 전신 대우자동차가 1997년 설립했던 승용차 생산공장은 설립 22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이미 지난 8일부터 생산라인이 멈춰있다.

한국GM이 공장폐쇄라는 극단적 결정을 한 건 결국 군산공장의 저생산·고임금 구조 때문이다. GM의 글로벌 사업장은 물론이고 국내 공장과 비교해도 군산공장의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창원·부평공장이 1시간당 약 6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는데 비해, 군산공장은 시간당 생산대수가 20여대에 불과하다. 국내 공장보다 군산공장 생산성이 3분의 1 수준이라는 뜻이다.

 GM대우 군산공장 생산라인 [중앙DB]

GM대우 군산공장 생산라인 [중앙DB]

한국GM 군산공장은 정상 가동시 연간 2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준중형세단 크루즈 완제품과 다목적차량(MPV) 올란도의 반조립제품 등 2개 차종을 이곳에서 조립한다.

하지만 차가 안 팔리면서 군산공장 가동률은 20% 선으로 하락했다. 2011년 26만9000여대를 생산했던 군산공장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대수는 3만1000여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크루즈가 국내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 받았다. 신형 크루즈 지난해 판매대수(1만554대)는 2016년 팔던 구형 크루즈보다 덜 팔렸다(-2.7%).

GM 본사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글로벌 사업장을 재편한 것도 직격탄이었다. 이 과정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에 판매하던 올란도는 수출길이 막혔다. 올란도 지난해 판매대수(8067대)는 2016년(1만2881대) 대비 37.4%나 감소했다.

한국지엠 로고. 임명수 기자

한국지엠 로고. 임명수 기자

생산량이 급감했는데도 고정 비용은 ‘밑빠진 독’처럼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군산공장은 한 달에 불과 5~6일만 가동하고 있지만, 근로자는 공장이 멈춰서도 임금의 80% 안팎을 받았다. 한국GM 단체협상은 공장 근로자가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휴업수당 명목으로 직전 3달 평균 임금의 80%를 보전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GM은 “군산공장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독일 폴크스바겐이나 일본 도요타자동차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누적 적자가 대거 쌓이는 상황에서도 임금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조(兆)단위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했지만 한국GM 노동조합은 임금상승을 위해 5년 간 총 357일 파업하면서, 1인당 성과급 6150만원을 받아내고 1인당 기본급 46만원 인상안을 관철했다. 한국GM의 1인당 평균 임금은 7300만원(2013년)에서 8700만원(2016년)으로 20% 올랐다. 한국GM은 “지난해 전 세계 GM 사업장 중 적자인데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 한국GM]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 한국GM]

더 큰 문제는 군산공장 폐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또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결정이 ‘전 세계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고 했다. 앞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다른 공장은 군산공장보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아 당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부평 제2공장 가동률이 60% 가량으로 하락한 상황이라 다음 타깃은 부평2공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중형세단 말리부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는 지난해 판매량이 2016년 대비 각각 9.1%와 26.6% 감소했다.

공장폐쇄를 결정했지만 한국GM은 군산공장에서 생산했던 크루즈·올란도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는 차량을 판매한다. 공장 폐쇄 이후 부지 매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재고차 판매가 끝나고 후속 작업을 마무리하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은 완전히 폐쇄된다. 이를 위해 GM은 8억5000만 달러(921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공장 폐쇄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물품을 정리하면서 4억7500만 달러(5150억원)를 투입하고, 공장 근로자의 이직·희망퇴직 비용으로 3억7500만 달러(4060억원)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비용은 당장 2월부터 6월까지 GM 인터내셔널 실적에 손실(특별지출)로 반영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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