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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통 얼굴서 미소 사라져”,‘아베 우군’산케이가 전한 한일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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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지난 9일 평창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의 세부 스토리를 전한 13일자 일본 산케이 신문의 제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강공을 퍼붓자 문 대통령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13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해 문 대통령에게 "지도자가 비판을 감수하면서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고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아베의 위안부 합의 공세에 문 대통령 눌린 듯" #"위안부 철거 주장에 문 대통령 '미묘한 문제'" #아베 "지지율 높으니 결단하라" 압박 #"文대통령 ,10억엔 반환 않겠다고 약속" #"아베와 펜스 리셉션 지각, 예정돼 있었던 것"

보수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최근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매체로 통한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달말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 결심’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산케이와의 인터뷰를 택했다. 그런 산케이가 13일 보도한 기사는 사실상 아베 총리의 평창행 1박2일을 재구성하는 내용이었다. 청와대도 일본 정부도 브리핑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두 정상간의 생생한 대화가 ‘마치 누군가 일부러 알려준 듯' 담겨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①일부러 안 웃은 아베?=산케이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이 진행된 1시간 동안 웃음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아베 총리에 대해선 ‘온화한 어조였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노기가 서려있는’ 말투였다고 했고,  문 대통령에 대해선 ‘상냥한 미소로 맞장구를 치며 (북한 문제에 대한)한·미·일 연계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표현들이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②文대통령, 한미 훈련빼고는 반론 못했다?=산케이는 지난 11일 우리 정부 관계자가 “(평창 올림픽때문에 연기된)한·미연합훈련을 더 늦춰선 안된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문 대통령이 ‘이는 주권문제이자 내정문제로 총리가 말하는 건 곤란하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던 브리핑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미 훈련 안건을 빼고는 (문 대통령이)거의 반론을 하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 명백하게 밝힌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서도 문 대통령의 태도는 애매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오후 평창 블리스힐스테이트에서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차 방한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③文대통령,아베의 박력에 위축?=산케이는 아베 총리가 회담 모두에서부터 위안부 합의와 관련 “한국측의 새로운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고 전했다.
이어“(아베 총리의)박력에 눌린 걸까.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않고, 재협상도 (요구)하지 않고, (일본 예산이 투입된)‘화해와 치유재단’도 해산하지 않고, 일본이 낸 10억엔도 돌려주지 않겠다는 네 가지를 명확하게 말했다”고 했다.

④아베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文 발언은=아베 총리가 주한일본대사관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 등에 대한 합의를 빨리 이행하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미묘한 문제이기때문에 쉽게 해결은 안된다”,“(전 위안부)할머니들의 마음이 치유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가 “박근혜 정부때 (일본이 예산으로 낸 10억엔등) 취할 것은 취하고 (합의는)실행하지 않겠다는 건 있을 수 없다”,“합의와 관련해선 (한국뿐만 아니라)일본에서도 국민들로부터 강한 반발과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합의를)결단하지 않으면 양국관계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합의에 응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국민들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니 (합의 이행을)결단해라”고 주장했다는게 산케이의 보도다. 아베의 공세에 문 대통령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펜스 미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펜스 미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⑤“리셉션 지각은 아베와 펜스사이에 예정돼 있던 것”=산케이는 지난 9일 저녁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아베 총리 두 사람이 문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 지각한 건 이미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 전 촬영 예정이던 합동사진에 김영남과 함께 찍히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펜스와 아베는 문 대통령을 다른 별실로 불러 3명만 따로 사진을 찍었다.
대북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공조 의지를 사진에 남기자는게 미국측의 바람이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을 마친 뒤 편하게 쉬고 있던 아베 총리에게 “지금 만날 수 있느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숙소인 용평 리조트에서 15분간 만났다.
이 때 아베 총리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대화공세에)이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확실하게 대응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이 각자 방으로 돌아가 리셉션 참석 준비를 하던 중 펜스 부통령이 다시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차로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함께 리셉션장으로 이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⑥아베,김영남과의 접촉을 치밀하게 준비=산케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북한 김영남에게 납치문제의 해결을 요구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9일 저녁 진행된 리셉션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단숨에 김영남의 자리 주변으로 이동했다. 총리의 비서관 한 명이 김영남 주변에 아베 총리가 앉을 의자를 미리 준비했고, 아베 총리는 그 자리에 앉아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납치 피해자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13일 일본 국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김영남에게)납치,핵ㆍ미사일 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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