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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의 이몽동상(異夢同床)] 보유세 올리되 재산세 누진 과세 … 공급 대책 병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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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지지하는 쪽에선 방어 논리를, 반대하는 쪽에선 공격 논리를 세우기 바쁘다.

중앙일보와 안민정책포럼이 공동 기획한 ‘박진의 이몽동상’은 갈등 조정(調停, mediation) 기법을 활용해 여러 사회 갈등의 타협점을 모색하는 실험이다. 해당 주제의 찬반을 대변하는 전문가를 초청해 양쪽의 입장을 듣되 공동의 정책 목표도 함께 정한다. 각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도 함께 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상대방의 의견 일부분을 수용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으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첫 번째 주제는 ‘보유세 인상’이다.

보유세 인상 필요한가

보유세 인상 필요한가

1ROUND
"투기 막기 위해 필요” vs "경기만 위축”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방안 검토’라는 문구를 적시했다. 머지않아 보유세를 인상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집값은 잡지 못한 채 경기만 위축시킬 것’이란 반론이 공존한다. 대립하는 양쪽의 의견이 중립지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 1월 19일 ‘보유세 인상’을 주제로 이몽동상 첫 토론이 열렸다. 예상대로 초반엔 찬성 측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와 반대 측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의 시각차가 뚜렷했다.

2ROUND
"세금 늘면 매물 증가” vs "강남 집중 심화”

김 교수는 “보유세를 인상하면 실수요자가 아니라 투자나 투기 목적으로 과도하게 부동산을 보유하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교수는 “10년 전보다 한국의 총통화가 2배 가까이 늘었다”며 “비교역재인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는 문제를 보유세 정도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상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세 부담 증가에 따라 매물도 늘어날 것”이라고 봤지만, 윤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A), 기타 서울 지역과 수도권(B), 지방(C)으로 삼극화가 뚜렷하다”며 “보유세를 올리면 다주택자가 B와 C를 팔고 똘똘한 A 한 채에 집중해 기타 지역에서 급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인상 부작용에 대해 윤 교수는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이고, 많은 부채가 얽혀 있는 상황이라 버블이 터지면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현 정부의 목표가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만큼 급격한 상승을 막고, 더 위험해지는 상황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ROUND
"수요·공급 대책 조화 이뤄야”

각론마다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두 사람은 ‘부동산 가격 안정과 양극화 해소’가 공동의 목표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 큰 줄기를 놓고 두 사람은 조금씩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 나갔다.

윤 교수는 “1980년대 후반 강남 8학군 광풍을 잠재운 건 분당과 일산이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체 지역 개발과 같은 공급 확대가 올바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보유세 외에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 역시 “과열지역에 집중된 보유세 인상은 어느 정도 투기 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인상하더라도 보합·하락지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누진제를 강화하고, 비(非)과열지역의 공급 확대와 주거환경개선 대책 등을 패키지로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보유세가 미실현 이득에 과세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김 교수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는 “집을 샀다면 살든지, 임대하든지 실물 형태의 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거주하더라도 월세 등 지출을 막았다는 점에서 효용을 얻었다는 의미다. 이에 윤 교수는 “기회비용 측면에선 그리 볼 수 있지만 1가구 1주택자 중에서 고정 소득이 없는 경우라면 세 부담 증가로 생활고에 시달릴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유동성 문제가 있을 것이란 지적엔 공감하지만 집은 세금 등 부담을 고려하여 보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사회자인 박진 교수는 “세금 인상으로 사후에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테니 유동성 문제로 생활고를 겪는 상황이라면 집을 팔거나 증여·상속하는 시점으로 보유세 납부를 유예해주는 건 어떻겠냐”고 중재안을 내놨다. 이에 두 사람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의견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민감했던 구체적인 보유세 인상 방법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다.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두 가지다. 재산세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0.1∼0.4% 세율을 부과한다. 여기에 6억원 이상(1가구 1주택자는 9억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과표구간에 따라 0.5∼2.0% 세율의 종부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당초 김 교수는 “종합부동산세(국세)를 만져야 한다”고 봤고, 윤 교수는 “재산세(지방세) 조정이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맞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납세자가 납부의 혜택을 봐야 한다”는 윤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고, 윤 교수 역시 “정확한 누진과세를 하려면 지역 간 합산 과세가 필요하다”는 반대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종적으로 두 사람은 “재산세로 하되 중앙 정부가 합산해 걷은 뒤 과세표준대로 각 지역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징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중재안에 동의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획예산처 행정개혁팀장,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거쳤고, 영국 갈등관리센터(CEDR) 조정자 인증을 보유했다. 2016년부터 안민정책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은 1996년 故박세일 교수가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치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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