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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성 경험 10대 위협하는 자궁경부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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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19금(19세 미만은 시청 금지)’은 이미 옛말이다. 성(性)에 일찍 눈을 뜨면서 자연스레 이성의 육체를 탐닉하는 10대 청소년이 많아졌다. 자궁경부염 발병률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10대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이 늘어난 여자 생식기 질환은 자궁경부염으로, 2005년 5479명에서 2014년 1만2415명으로 220%나 증가했다.

기자의 눈

자궁경부염은 성 접촉을 통해 발병한다. 병을 일으키는 균이 남녀를 불문하고 일명 ‘코어 멤버’의 생식기에 서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코어 멤버란 성 파트너가 다수이거나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을 통해 임균·클라미디아균·트리코모나스 같은 성병 유발균이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이들 균·바이러스가 여자의 자궁경부에서 감염을 일으키면 노란색이나 연두색을 띠는 점액화농성 분비물(냉)인 ‘뮤코퍼스’가 생성된다. 이 같은 분비물이 팬티에 많이 묻거나 생식기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 생식기가 가렵거나 따가운 경우, 약간의 출혈이 있는 경우 자궁경부염을 의심할 수 있다.

자궁경부염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방치했다간 세균 덩어리(고름)가 난소 주변으로 타고 올라가 쌓일 수 있는데, 나팔관을 막아 20대 이후 난임을 유발할 수 있다. 10대 여자 청소년의 자궁경부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병을 키울 수 있다. 10대 여자 청소년은 산부인과를 내원할 때 보통 보호자(주로 엄마)가 동행하는데,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성 경험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성 경험이 있냐”는 의사의 질문에 “없다”고 거짓말하는 자녀, 한술 더 떠 “우리 아이는 그럴 애가 아니다”고 답변을 가로채는 보호자 때문에 진료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숙박업소 이용에 제한을 받는 10대 청소년들은 화장실·놀이터 등 청결하지 못한 장소에서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병원균을 옮을 수도 있다. 가장 쉽고도 확실하게 병원균 전파를 막으려면 남자가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다. 콘돔 착용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좋다. 파트너로부터의 균 감염을 차단해 ‘임균성 요도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삽입 후 사정 직전에 콘돔을 사용하는 건 무용지물이다. 삽입 전 성행위를 시작할 때부터 콘돔을 제대로 착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성행위 장소가 청결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자궁경부염을 진단하려면 질 분비물에서 채취한 균을 배양해 어떤 균인지 알아내는 PCR 검사법을 시행한다. 항생제 처방이 일반적이다. 성생활을 시작했다면 1년에 최소 한 번은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장한다. 보호자가 자녀와 동행할 땐 자녀가 의사와 일대일로 대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센스이지 않을까.

정심교 기자(simkyo@joongang.co.kr)

도움말=길병원 비뇨기과 오진규 교수,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송재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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