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리라고 했잖아!" 인천 여아 살해 피고인의 법정다툼

중앙일보

입력 2018.02.12 19:54

업데이트 2018.02.13 18:00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주범 김양(사진 뒷쪽)과 공범 박양(사진 앞쪽). 사진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공범으로 구속기소된 주범 김양(사진 뒷쪽)과 공범 박양(사진 앞쪽). 사진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네가 그리라고 했잖아!"

공범 박양 신문 도중 김양 "너 말 똑바로 해"
"검찰 대질신문 때 김양 웃고 있었다" 하자
뒤에서 듣고 있떤 김양 갑자기 박수 치기도

12일 오후 서울고법에서는 형사7부(부장 김대웅) 심리로 '인천여아 살인사건' 항소심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공범 박모(20)양의 증인신문 도중, 뒤에서 듣고 있던 주범 김모(18)양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박양은 "김양이 자신의 캐릭터가 괴롭힘당하는 걸 즐겼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두 소녀는 지난해 2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채팅으로 각자 설정된 캐릭터를 연기하며 역할극을 하는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만났다. 박양의 캐릭터는 조직의 부두목으로 인육을 먹는 설정도 있었고, 김양의 캐릭터는 복종하는 행동대원이었다고 한다.

김양의 변호인은 "(가상 채팅에서) 김양의 캐릭터에게 인육을 먹도록 하고, 먹지 않겠다고 하자 강제로 먹이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박양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김양의 변호인이 "박양의 캐릭터가 김양의 캐릭터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장면도 있었느냐"고 물었고, 박양은 "그렇다. 그것도 김양이 원해서 이루어진 이야기였다"면서 "김양이 자신의 캐릭터가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왔다"고 말했다. 김양이 아니라며 소리친 것은 이때였다.

인천 8세 여아 살해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인천 8세 여아 살해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법정에서 피고인은 보통 증인석의 오른편에 위치한 피고인석에 앉게 되지만, 김양은 이날 증인석 뒤에 앉아 있었다. 두 소녀가 서로 얼굴을 보지 않도록 김양 변호인이 박양 변호인에게 부탁해 자리를 바꿨다. 김양은 법정 안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말했지만 박양은 돌아보지는 않았다. 종전과 같은 작고 낮은 목소리로 "난 그리라고 한 적 없어"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김양에게 "끼어들면 안된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며 주의를 줬다. 하지만 김양은 이후에도 박양의 답변을 듣던 중 "너 말 똑바로 해."라고 하거나 박수를 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양이 김양에게 살인을 지시해 김양이 자신보다 작고 어린 여아를 죽게 했다고 본다. 두 사람은 모두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김양은 지난해 3월 범행 당시 만 17세로, 만 18세 미만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법정 최고형이었다.

두 사람은 범행 전까지 연인 관계로 보일 만큼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사건 이후, 특히 항소심에 이르러서는 여아의 죽음을 두고 서로의 책임이 더 크다는 공방을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박양은 이날 증인신문에 김양이 평소에 거짓으로 꾸며낸 말을 자주 했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을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기(김양)가 연쇄살인을 하는 등 사람을 많이 죽여봤는데, 잡혀 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취객 여성을 죽였다'는 등 굉장히 자세하게 얘기했어요. 처음에 들으면 의심스럽잖아요? 그래서 다음 날 뉴스 찾아보고 어제 사람 죽은 얘기 있는지 보는데 아무 얘기도 없는 거예요. 그 뒤로는 김양이 하는 살인 이야기를 다 거짓말이라고 믿었어요."
박양의 증언이다. 박양은 김양이 하는 말이 소설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실제 범행을 벌인 날 김양이 '사냥을 나간다' '잡아 왔다' 고 한 말도 모두 가짜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박양은 이날 검찰에서 어쩔 수 없이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는 주장도 했다. 증인신문 도중 검사가 박양에게 "검찰에서 했던 피의자 신문 내용을 정정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박양은 "네 정정합니다. 그 당시 검사님 태도는 생각 안 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박양은 "(김양과 대질신문) 당시 김양이 태연하게 깔깔거리고 웃고 있었다. 김양은 내게 '사체 유기 인정 안 하면 너에게 불리한 진술 하겠다'고 하는데 수사관이나 검사는 말리지도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개를 무릎까지 숙이고 듣던 김양은 박양이 이런 말을 하자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교도관이 말릴 때까지 느린 박자로 쳤다.

다음 달 12일 이어지는 재판에서는 김양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박양의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만큼, 다음 달 중 심리를 마무리하고 4월 중 선고할 계획을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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