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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조사 결과 뒤집어...SK케미칼, 애경 검찰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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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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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SK그룹의 2인자’로 통했던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조사를 중단했던 SK케미칼, 애경, 이마트에 대한 재조사 결과 이들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위해성을 숨긴 채 제품을 판매했다고 결론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 SK케미칼과 애경 전 대표 4명 고발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도 포함 #이들 2개 업체와 이마트에 1억3400만원 과징금도 #가습기 살균제 팔면서 위해성 알리지 않은 혐의 #2016년 사실상 무혐의 받았다가 재조사 이후 번복 #당시 공정위의 부실 조사 정황도 드러나 #김상조, “통렬히 반성하며 사죄...외압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공정위는 이에 따라 3개사에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시정 명령과 함께 총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SK케미칼 전직 대표들인 김창근 회장과 홍지호 수원상의 상근 부회장, 애경 전직 대표들인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과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SK케미칼과 애경 법인들도 함께 고발된다. 다만 이마트는 공소시효가 지나 고발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2002년 10~2013년 4월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애경과 이마트는 2006년 5~2011년 8월까지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각각 제조 및 판매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제품에는 모두 인체에 유해한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포함돼 있었지만 제품 용기에 부착된 표시라벨에는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나 흡입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등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업체들은 도리어 삼림욕 효과, 아로마테라피 효과 등의 표현을 통해 흡입 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강조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들 업체는 또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품질표시’라고 기재하면서 가습기살균제가 안전성과 품질을 확인받은 제품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자 2012년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GH(염화 올리고 에톡시에틸 구아니딘)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ㆍ글로엔엠ㆍ옥시레킷벤키저ㆍ홈플러스ㆍ버터플라이이펙트ㆍ아토오가닉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CMIT/MIT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애경ㆍ이마트에 대해서는 이 성분과 폐손상간 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했다.

지난 2014년 1월 광화문 사거리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 아동들이 좋아하던 유품 인형들이 놓여 있다.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지난 2014년 1월 광화문 사거리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 아동들이 좋아하던 유품 인형들이 놓여 있다.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2016년 시민단체 등이 CMIT/MIT 성분 함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SK케미칼·애경에 대해 재차 신고하면서 이들에 대한 재조사가 진행됐지만 공정위는 그 해 8월19일 판단불가에 해당하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역시 “CMIT/MIT 성분 함유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국가도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이후 조사가 재개됐고 이날 결과가 사실상 뒤집혔다. 공정위는 이 뿐만 아니라 2016년 조사 과정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가 많았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2월 2016년에는 CMIT/MIT 성분의 위해성과 관련된 자료가 있었는데도 공정위가 소극적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전원회의(공정위 본부)가 아닌 소회의(서울사무소)에서 판단을 내렸다는 점, 심의종료 결정이 정식 대면회의 없이 유선통화를 거쳐 결정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날 결정 과정에서는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가 소비자의 생명 및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EPA보고서나 SK케미칼이 생산한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물질의 흡입독성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역학조사를 통해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사실이 확인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비자정책 주무기관으로 소비자의 생명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특히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 과정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등 피해구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가습기 살균제 조사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2016년 부실 조사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가습기 살균제 조사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2016년 부실 조사에 대해 사과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김 위원장은 그러나, 2016년 결정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외압 의혹과 관련해 제가 관련 자료와 실무자 일대일 면담을 다 진행했고, TF 위원들도 다 면담조사했다”며 “하지만 외부 압력 때문에 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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