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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평창, 스포츠와 문화의 감동 드라마로 순조로운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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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7일간의 여정에 돌입한 평창 겨울올림픽이 문화와 스포츠의 힘을 보여 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적 이슈에 가려졌던 올림픽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다.

9일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시청한 올림픽 개막식은 전통과 현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한국 문화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다른 올림픽 개막식에 비해 적은 예산과 규모를 단점 아닌 장점으로 활용한 상상력과 기술력이 돋보였다. 1200여 대의 드론이 상공에 연출한 오륜기, 김연아의 우아한 성화 퍼포먼스, 전통무용과 디지털 아트를 결합한 쇼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0일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남자 쇼트트랙 1500m 임효준 선수 등이 보여 준 인간승리도 돋보였다. 올해 22세의 임효준 선수는 세 차례 골절상을 입고 일곱 차례 수술을 하며 ‘부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다. 그가 금메달을 따고도 눈물 대신 담담한 미소를 보인 것은 더 감동적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실력을 의심하지 말라는 주변의 말이 큰 힘이 됐다. 목표가 뚜렷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져 꼴찌로 뒤처졌다가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1위로 들어오는 역전극을 연출한 여자 대표팀도 있다. 넘어진 이유빈 선수가 미끄러지면서도 끝까지 집중하며 손을 뻗었고, 다른 선수들은 빠른 상황 판단으로 주자를 교체했다. 아찔한 상황에서 흔들림 없는 대처가 최악의 상황을 최고의 결과로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대회 전 각종 실수 상황을 대비해 철저히 훈련한 덕이 컸다. 올림픽이 보여 주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이런 것들이다. 자기와 싸우고, 자기를 넘어서며 포기를 모르는 인간 승리. 막 오른 평창이 끝까지 순항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계속 보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