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땅속에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1일 오전 5시 3분 포항에서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한 것과 관련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려를 나타냈다.
홍 교수는 "이번 달 들어 여진이 다시 잦아지면서 더 큰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결국 더 큰 여진이 발생했다"며 "포항 본진으로 인해 배출된 응력과 기존에 누적된 응력이 더해지면서 결국 지층이 못 견뎠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여진은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본진과 같은 단층면에서 발생했으나, 발생 깊이가 훨씬 깊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땅속 6~9㎞ 깊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깊이가 14㎞에 이른다는 것이다.
포항 지진으로 인한 단층면의 넓이는 16㎢에 이르며, 이번 여진은 해당 단층면의 남서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홍 교수는 "이번 여진의 위치나 깊이가 일단 본진이 발생했던 단층면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단층면 자체가 확장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여진 발생 깊이가 9㎞인 것으로 분석했으나, 이 역시 이번 여진이 상대적으로 깊은 곳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978년 지진 계기관측 이후 지난해 11월 15일 이전까지 포항에서는 큰 지진이 없었지만. 수백 년 전에 큰 지진이 발생해 포항 땅속에 큰 단층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단층으로 인해 땅속에 균열이 가 있는 상태인데,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된 지진으로 그 단층이 부분부분 쪼개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층이 쪼개진다는 것은 틈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쪼개지는 단층의 위치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지금까지 단층의 일부만 쪼개졌는데, 앞으로 지진이 계속될 경우 단층의 다른 부분도 계속 쪼개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지진도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대 경재복(지구과학교육과) 교수도 "외국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지진의 규모는 본진의 규모에 비해 상당히 큰 편"이라며 "여진의 성격도 있지만 새로운 지진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진으로 인해 발생한 응력으로 인해 주변의 소규모 단층이 깨어졌고, 여기서 새로운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 교수는 "이번 규모 4.6 지진의 성격은 이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진의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써는 포항 지진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