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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개마고원서 한두 달 지내는 게 꿈”, 김여정 “가까운 거리 오기 힘드니 안타까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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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호 04면

청와대 회동 어땠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작성한 방명록. [사진=청와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작성한 방명록.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특사단의 만남은 2시간50분간 이어졌다. 청와대에서의 접견과 오찬으로 이어진 일정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개막식 소감 묻자 “다 마음에 들어” #“오징어·낙지 언어부터 통일” 농담도 #김영남 “문씨 집안에 애국자 많아” #청와대 오찬, 황태 등 팔도 메뉴로

10일 오전 11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본관 현관 밖으로 나가 김여정 일행을 맞았다. 10분 뒤 문 대통령이 접견실에 들어서자 북측 대표단이 일어서 맞이했고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과 악수를 하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김여정도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은 “어제 늦게까지 추운데 고생하셨다”고 말했고 뒤이어 비공개로 접견이 진행됐다.

북한 함흥 출신의 실향민 2세인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 경험부터 소개했다. 그는 “금강산과 개성만 가 보고 평양은 못 가 봤다”며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어머니를 모시고 이모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개성공단도 가 봤다”며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총괄책임을 지고 있었다. 백두산 관광도 합의문에 넣었는데 실현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오늘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소개하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라며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남북 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28년 2월 4일생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뒤늦게나마 생일을 축하한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문 대통령의 덕담에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청와대가 전한 김 특사 일행과 문 대통령의 대화다.

▶문 대통령=“나는 등산과 트레킹을 좋아한다. 젊었을 때 (북한) 개마고원에서 한두 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 집에 개마고원 사진도 걸어 놨었다. 그게 이뤄질 날이 금방 올 듯하더니 다시 까마득하게 멀어졌다. 이렇게 오신 걸 보면 마음만 먹으면 말도 문화도 같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김여정=“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후) 한 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 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개막식 소감은 어떠냐.”

▶김여정=“다 마음에 든다. 특히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

▶문 대통령=“처음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와 (김여정 특사와) 악수를 했는데 단일팀 공동입장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시 축하 악수를 했다.”

▶김영남=“체육단이 입장할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 문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갖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는데 문익환 목사도 같은 문씨인가.”

▶문 대통령=“그렇다. 그 동생분인 문동환 목사를 지난해 뵈었다.”

이날 오찬은 “한반도의 팔도 음식이 다 들어가는 개념”(청와대 관계자)의 한식으로, 메인 메뉴는 강원도 대표 요리인 황태였다. 북한의 백김치와 남측의 여수 갓김치가 제공됐고, 후식으론 천안의 호두과자와 상주 곶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호두과자가 천안 특색 명물이다.”

▶김영남=“건강식품이고 조선 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남북한 언어의 억양이나 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

▶김여정=“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웃음)”

▶김영남=“남측에서 온 분을 만났더니 할머니에게 함흥 식해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

▶문 대통령=“우리도 식해를 잘 만드는데 저는 매일 식해를 먹고 있다. 함경도는 김치보다 식해를 더 좋아한다.”

전수진·강태화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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