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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던 중 ‘우두둑’ 성불구 걱정은 기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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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호 24면

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우두둑! 그 소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20대 후반의 남성 S씨는 성기손상후 발기부전이 왔다며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 절망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약혼녀와 한참 불꽃이 튀었다는 S씨. 여성상위에서 성기가 빠지며 약혼녀의 체중에 남성의 성기가 꺾였고, 심한 통증이 있었다. 특이한 점은 겉보기엔 상처가 없는데 며칠 동안 마치 타박상을 입은 듯 얼얼함이 몸속에서 느껴졌다. 음경의 손상은 주로 격렬한 성행위나 거친 자위에 성기가 심하게 꺾이거나 압박받을 때 생긴다. 여성의 몸속에서 성기가 손상받는 경우는 드문데, 주로 여성상위나 지나치게 특이한 체위에서 성기가 빠지며 발생한다.

심각한 성기 손상은 음경 해면체막의 파열에 해당하는 음경골절이다. 음경골절이란 말에 음경에 뼈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틀린 얘기다. 발기는 만년필 크기의 물풍선인 해면체에 혈액이 충만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심각한 성기 손상인 음경골절은 실제 골절이 아니라 음경 해면체막의 파열로 인해 성기가 퉁퉁 붓거나 시퍼렇게 멍이 드는 것이다. 대부분 통증이 심해서 응급실을 찾게 된다.

실제로 심한 손상이 생기면 이후 음경의 휘어짐이나 발기부전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임상 현실에서는 불구가 될 만큼 심각한 음경골절은 흔치 않다. 문제는 아는 게 병. 음경손상 후 발기부전엔 식자우환의 경우가 꽤 많다.

“걱정돼서 여기저기 검색을 했는데, 성불구가 될 수 있다 해서 시도 때도 없이 발기를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성기는 그렇게 연약한 곳이 아니다. 우리 몸의 상처가 아물 듯 조직과 기능은 회복될 수 있다. 이는 젊고 건강한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마치 지나친 운동 후 손상된 근육이 며칠 결리다가 제자리를 찾듯 말이다. 이런 상황에 되레 절망하면 그 불안과 초조가 자연스런 발기를 막는 경우도 꽤 많고 S씨도 그러했다. 마치 한번 잠자리를 설친 후 ‘또 못 자면 어쩌지’ 불안해 하며 잠을 신경 쓰다가 결국 불면증으로 악화되듯 말이다.

그는 음경 해면체와 혈관을 들여다보는 초음파 도플러 검사 결과 혈류순환 등 모두 정상적이란 진단을 받았고 서서히 아침발기나 자위시 반응이 개선되면서 그제서야 안도했다. 물론 평생의 성생활에 한두번 성기가 손상이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몇 주는 지켜봐도 되며 자위나 아침 발기가 괜찮아지고 있다면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래도 너무 안 좋다 싶으면 그때 전문가와 개선방향을 찾으면 되니 너무 걱정말길 바란다. 남성의 성기는 그리 쉽게 깨지는 유리 항아리가 아니다. 어설픈 생각에 고민하면 병만 키울 수 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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