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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서 열리는 올림픽, 최고의 레이스 꿈꾸는 '37세 베테랑' 이채원

중앙일보

입력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이채원. 평창=김경록 기자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이채원. 평창=김경록 기자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소녀는 스키에 꿈을 싣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달린지도 25년. 소녀가 나고 자랐던 곳은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고향은 지구촌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 겨울올림픽을 치르는 곳이 됐다. 그 무대에서 후회없는 레이스를 준비한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스키 베테랑 이채원(37·평창군청)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의미있는 질주를 앞두고 있다. 그가 뛰는 첫 레이스는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릴 대회 크로스컨트리 여자 스키애슬론이다. 평창올림픽에 걸린 102개 금메달 중 첫 번째 금메달이 걸린 종목이기도 하다. 스키애슬론은 초반 7.5㎞는 클래식 주법으로, 나머지 7.5㎞는 프리스타일 주법을 이용해 주파하는 경기다. 클래식은 양쪽 스키를 평행 상태로 고정하고 폴을 이용해 정해된 코스를 가는 방식이고, 프리스타일은 스케이트를 타듯 폴을 이용해 좌우로 치고 나가는 방식이다.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베테랑' 이채원. [사진 대한스키협회]

'한국 스키 크로스컨트리 베테랑' 이채원. [사진 대한스키협회]

표고차 200m 안팎의 평지·오르막·내리막길로 이뤄진 코스를 스키를 신고 달려야 하는 크로스컨트리는 경기 종목에 따라 10~30㎞(여자부 기준)의 눈밭을 달려야 한다. 강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채원은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하루 6시간씩 운동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그덕에 지난달 열린 대회까지 그가 겨울체전에서 딴 금메달만 71개다. 단연 역대 최다 기록이다. 어느새 그가 출전한 겨울올림픽도 5차례나 됐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스키를 배웠던 그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는 떼려야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채원이 도전을 계속 이어간 건 고향인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초·중·고교를 모두 평창에서 나왔다. 이채원은 “어렸을 땐 물을 길어다 밥을 해먹었다. 외국인을 본 적도 없었다. 그랬던 평창이 이젠 유명 관광지가 됐다. 발전한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왕복 2시간을 걸어 학교를 다닌 게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올림픽 출전의 꿈을 또한번 이뤘다. 그는 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최고령 선수로도 등록됐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이채원. 평창=김경록 기자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이채원. 평창=김경록 기자

이채원은 지난해 2월 크로스컨트리 스키 월드컵 스키애슬론에서 12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그만큼 고향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에서 역대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두고 유종의 미를 꿈꾼다. 2014년 소치에서 36위(30㎞ 단체출발 프리스타일)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인 그는 평창에서 20위권에 입상하는 게 목표다. 이채원은 “고향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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