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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예술 … 증강현실로 600년 전 천문도 하늘에 펼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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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은 한국 문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 종합예술이었다. 올림픽스타디움 자체가 커다란 캔버스가 됐다. 이날의 주인공인 다섯 아이들이 고구려 벽화를 모티브로 한 백호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은 한국 문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 종합예술이었다. 올림픽스타디움 자체가 커다란 캔버스가 됐다. 이날의 주인공인 다섯 아이들이 고구려 벽화를 모티브로 한 백호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전통과 IT 어우러진 문화올림픽

빛과 상상력, 첨단기술의 대향연이었다. 9일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은 60억 세계인에게 전통문화와 미래기술의 환상적인 결합을 보여준 자리였다. 증강현실 기술로 600여 년 전 천문도의 별자리를 머리 위에 띄웠고, 1218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오륜기를 수놓았다.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만든 성화대에 불을 붙인 주인공은 영원한 피겨여왕 김연아였다. 2015년부터 개회식을 준비한 송승환 총감독은 “적은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상력과 기술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석굴암 등 유산 22종 홀로그램 띄워 

개회식의 키워드는 시종일관 ‘평화’였다.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가 화려한 첨단 영상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지만, 이는 자국의 문화유산을 과시하는 쇼가 아니었다. 조화를 강조한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서 온 세계가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연결과 소통의 힘을 찾아냈다. 이날 개회식에 대해 1988년 서울올림픽 폐회식 음악감독을 지낸 강석희 작곡가는 “새로운 미디어와 옛 이야기의 어려운 만남이 잘 조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평화의 메시지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대회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에서부터 시작됐다. ‘0’을 외치는 관객들의 함성이 한 줄기 빛이 되어 높이 9m, 지름 4.8m 크기의 ‘평화의 종’에 닿자 한국 종의 맑고 웅장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대산 상원사에 있는 동종을 모델로 만든 ‘평화의 종’에는 평화를 부르는 피리 만파식적을 본뜬 음통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개회식 공연의 문은 다섯 명의 어린이들이 열었다. 이들은 각각 불·물·나무·쇠·흙 등 오행을 상징하는 붉은색·검은색·파란색·흰색·노란색 옷을 입고 등장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어우러져 세상을 이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공연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과거로 통하는 신비한 동굴을 찾아간 아이들이 고구려 벽화 속 ‘사신도’에서 나온 백호의 안내에 따라 신화 속 평화의 땅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모험을 하는 동안 해시계·석굴암·거북선·다보탑 등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 22종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보여줬다. 또 1395년 만들어진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의 별자리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하늘과 땅에 펼쳐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개회식을 위해 다양한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전인권과 이은미,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와 ‘볼빨간 사춘기’의 안지영이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고,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은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에 모두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뮤지컬 ‘라이언 킹’의 니콜라스 마흔이 퍼펫(인형) 제작에 참여했다.

장구 연주자들 옷 태극 색깔 바뀌어 

선수단 입장은 한글 가나다 순서로 진행됐다. 청사초롱을 든 아이들과 눈꽃 요정들이 선수단을 안내했고, 선수들이 들어오는 동안에는 한국 대중가요 메들리가 흥겹게 울려퍼졌다. ‘아리랑 목동’과 신중현의 ‘미인’, 조용필의 ‘단발머리’ 등 1950∼70년대의 가요와 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DNA’ 등 총 13곡의 노래를 음악감독 원일이 편곡했다.

다섯 어린이는 오행·오륜기 상징 

개회식은 첨단 기술로 펼친 ‘빛의 예술’이기도 했다. 태극기 입장 직전 장구춤 연주자들이 태극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선 맵핑 영상 기술이 사용됐다. 무대 중앙의 장구 연주자들의 옷 색깔이 순식간에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바뀌었다. 다섯 아이를 태운 땟목이 메밀꽃밭 사이로 흘러가고, 그 사이로 반딧불이가 날아오르는 광경도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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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퍼포먼스로 펼친 ‘모두를 위한 미래’에서는 총 58개의 LED 줄로 이루어진 빛의 기둥이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양정웅 개회식 총연출은 “신기술의 미래 장면이 이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평화를 깨닫고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5G 기술과 결합한 1270개의 LED 촛불도 등장했다. 세계 처음으로 시범 운용한 5G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어한 촛불이었다. 개회식 막바지에는 무대 위에 이동식으로 설치된 총 37개의 발사장치를 통해 불꽃쇼가 펼쳐졌다. 파이어 퍼포머들은 등과 머리에 장착한 기구를 통해 한국 전통 쥐불놀이와 상모돌리기를 불꽃으로 구현했고, 중앙에 솟아올라 회오리처럼 내뿜는 거대한 불꽃은 평창에 모인 사람들의 흥과 열정을 표현했다.

첫 5G기술로 1270개 LED등 작동 

이날 개회식은 겨울올림픽 최초로 전용 공연장에서 열린다는 장점을 십분 살렸다. 오륜을 상징하는 오각의 공간에서 안과 밖 구분이 없는 한국적 마당의 분위기를 냈으며, 무대 아래 리프트를 이용해 연주자들이 솟아오르듯 등장하는 입체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이지영·김호정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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